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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공의 성 라퓨타 | 꿈과 파괴, 미야자키 하야오 모험 서사의 원형

    천공의 성 라퓨타 | 꿈과 파괴, 미야자키 하야오 모험 서사의 원형

    출시일
    1986-08-02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회차 / 러닝타임
    124분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천공의 성 라퓨타

    천공의 성 라퓨타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광산 마을에서 기계공 견습생으로 일하는 소년 파즈의 단조로운 일상은 하늘에서 한 소녀가 내려오면서 송두리째 뒤바뀌었습니다. 빛나는 목걸이의 힘으로 천천히 강하하는 소녀의 이름은 시타. 그녀는 전설로만 전해지던 하늘의 성 ‘라퓨타’의 정통 후계자였습니다. 파즈는 비행사였던 아버지가 생전에 목격했다던 라퓨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기에, 시타의 등장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시타가 지닌 비행석 목걸이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습니다. 라퓨타의 위치를 알려주고 그 막강한 힘을 제어하는 열쇠였기에, 정부의 비밀 특무기관 요원 무스카와 하늘의 해적 도라 일당이 동시에 그녀를 쫓고 있었습니다. 파즈는 시타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인 도주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적이었던 도라 일당과 기묘한 동맹을 맺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위기를 넘긴 파즈와 시타는 마침내 ‘용의 둥지’라 불리는 거대한 폭풍 구름을 뚫고 지도에는 없는 미지의 섬, 라퓨타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인간의 손길이 끊긴 채 자연과 고도의 과학 기술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라퓨타의 군사적 힘을 독차지하려는 무스카와 군대가 뒤따라왔습니다. 자신 역시 라퓨타 왕족의 후손임을 밝힌 무스카는 고대 병기를 부활시켜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냈고, 파즈와 시타는 이 아름다운 유산을 파괴로부터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잘된 것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공식 장편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천공의 성 라퓨타는 시대를 초월하는 모험 서사의 원형을 제시했습니다. 증기기관과 프로펠러 비행선이 하늘을 누비는 스팀펑크적 세계관에 고대 문명의 신비가 깃든 판타지를 결합한 독창성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광산 마을의 삭막한 풍경부터 구름 위 라퓨타의 녹음까지, 공간의 대비를 통해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담아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비행’에 대한 오랜 열망은 이 작품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구현되었습니다. 파즈와 시타가 해적선을 타고 군함을 따돌리는 공중 추격전, 거대한 비행 전함 골리앗의 위압적인 등장 등은 아날로그 작화라고는 믿기 힘든 속도감과 역동성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이 더해져, 관객의 감정을 모험의 최고조로 이끌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음악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해냈습니다.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선 깊이 있는 주제 의식에 있었습니다. 라퓨타는 인류의 이상향인 동시에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병기라는 이중성을 지녔습니다. 이 장면 하나가 작품 전체를 기억하게 만들었는데, 파괴 병기였던 로봇이 홀로 남아 라퓨타의 정원을 가꾸고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은 기술의 본질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대사 한마디 없이 압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결국 영화는 강력한 힘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소년 소녀의 순수한 용기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희망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완벽한 작품은 아닙니다. 서사의 구조가 워낙 정석적인 모험담을 따르다 보니, 일부 캐릭터의 입체성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 파즈는 용감하고 선한 소년의 전형이며, 시타 역시 위기 상황에서 수동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잦았습니다. 절대악으로 그려진 무스카는 권력욕 외에는 다른 동기를 찾아보기 힘든 평면적인 악역에 머물렀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탐욕과 의리를 함께 보여준 해적 도라 일당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정도입니다.

    또한 중반부의 추격전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호흡이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도 있었습니다. 라퓨타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조금 더 밀도 있게 압축되었다면, 후반부의 감동과 여운이 더욱 강렬하게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타나카 마유미 (Mayumi Tanaka) — 파즈 (광산 마을의 소년 견습생. 비행사였던 아버지가 목격한 라퓨타의 존재를 믿는 순수한 인물)
    • 요코자와 케이코 (Keiko Yokozawa) — 시타 (하늘에서 내려온 신비한 소녀. 라퓨타 왕가의 후손으로 비행석 목걸이를 지니고 있음)
    • 하츠이 코토에 (Kotoe Hatsui) — 도라 (비행 해적선 타이거모스 호의 선장. 처음에는 비행석을 노렸으나 점차 파즈와 시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됨)
    • 테라다 미노리 (Minori Terada) — 무스카 (라퓨타의 비밀을 쫓는 정부 특무기관 요원. 세계 정복의 야욕을 품은 냉혹한 인물)
    • 나가이 이치로 (Ichirō Nagai) — 모우로 장군 (라퓨타를 군사적 목적으로 확보하려는 군대의 지휘관)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래소년 코난 등을 통해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 자연, 비행, 반전(反戰) 메시지를 환상적인 작화와 서사로 풀어내는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스튜디오 지브리의 위대한 시작을 직접 목격하고 싶으신 분
    • 스팀펑크와 판타지가 결합된 정통 모험 활극을 좋아하시는 분
    • 시대를 초월하는 아날로그 셀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으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5 / 10 — 기술과 자연, 꿈과 파괴의 이중주를 담아낸 미야자키 하야오 모험 서사의 위대한 시작점.

  • 아키라 | 붕괴의 미학, 30년을 앞서간 사이버펑크의 경전

    아키라 | 붕괴의 미학, 30년을 앞서간 사이버펑크의 경전

    출시일
    1988년 7월 16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사이버펑크, SF, 액션, 애니메이션
    감독
    오토모 카츠히로
    회차 / 러닝타임
    극장판 애니메이션 (124분)
    제작
    아키라 제작위원회

    아키라

    아키라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이야기의 배경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옛 도쿄가 파괴된 지 31년이 흐른 2019년의 거대 도시 ‘네오 도쿄’였습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화려한 마천루가 스카이라인을 채웠지만, 그 이면은 부패한 정치인과 폭력적인 시위대, 그리고 무질서한 폭주족이 뒤엉킨 혼돈의 공간이었습니다. 주인공인 폭주족 ‘더 캡슐스’의 리더 카네다 쇼타로는 친구들과 함께 네오 도쿄의 밤거리를 질주하며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평범했던 그의 일상은 라이벌 폭주족과의 다툼 중, 친구 테츠오가 정체불명의 어린아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겪으며 송두리째 뒤바뀌었습니다. 이 사고 직후 군부대가 나타나 테츠오와 아이를 강제로 연행해 갔습니다. 사실 그 아이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초능력을 갖게 된 실험체였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테츠오 안에 잠재되어 있던 강력한 염동력이 각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카네다에게 열등감을 품고 있던 테츠오는 갑자기 손에 넣은 막강한 힘에 도취되어 점차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괴물로 변해갔습니다.

    한편,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쫓던 카네다는 반정부 게릴라 조직의 소녀 ‘케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녀를 통해 카네다는 정부가 극비리에 관리해 온 ‘아키라’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아키라’는 과거 도쿄를 붕괴시켰던 절대적인 힘의 근원이자, 현재 군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였습니다. 친구를 구하려는 카네다의 개인적인 추격은, 폭주하는 테츠오와 그를 이용하려는 군부, 그리고 ‘아키라’를 둘러싼 네오 도쿄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사건의 중심으로 그를 이끌었습니다.

    잘된 것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 작화 퀄리티에서 빛났습니다. 15만 장이 넘는 셀화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낸 이 애니메이션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경이로운 수준의 디테일과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네오 도쿄의 광활하고 복잡한 도시 풍경, 폭주족들의 바이크 추격전에서 느껴지는 속도감, 그리고 초능력이 폭발하며 건물이 파괴되는 장면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디지털 작화가 따라오기 힘든 아날로그의 미학과 장인정신을 느끼게 했습니다. 모든 프레임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의 밀도 높은 작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볼거리였습니다.

    단순한 시각적 쾌감을 넘어, 작품이 구축한 세계관과 묵직한 주제 의식 또한 탁월했습니다. 네온사인 불빛 아래 부패와 폭력이 들끓는 네오 도쿄의 모습은 이후 등장한 수많은 사이버펑크 작품의 원형이 됐습니다. 통제 불가능한 힘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항과 불안, 군국주의와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선 깊이를 담아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테츠오의 육체가 제어할 수 없는 힘에 짓눌려 기괴하게 변형되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그 끔찍하고도 장엄한 이미지는 기술과 힘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시각적 은유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쉬운 것

    가장 큰 아쉬움은 방대한 원작 만화의 서사를 2시간 분량의 영화에 압축하면서 발생한 스토리의 불친절함이었습니다. 영화는 숨 가쁘게 전개됐지만, 그 속도 때문에 각 인물의 감정선이나 관계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카네다와 케이의 관계, 반정부 조직의 활동 목적, 그리고 군부 내의 정치적 암투 등은 충분한 설명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상을 줬습니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캐릭터들의 행동 동기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전개를 따라가기 벅찼을 것입니다.

    결말 역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지점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선사했지만, 서사적으로는 명확한 해답을 주기보다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마무리됐습니다. 모든 사건이 깔끔하게 해결되는 할리우드식 결말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모호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엔딩이었습니다. 이는 작품의 예술적 성취와는 별개로, 대중적인 서사로서의 완결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이와타 미츠오 (Mitsuo Iwata) — 카네다 쇼타로 (폭주족 ‘더 캡슐스’의 리더, 주인공)
    • 사사키 노조무 (Nozomu Sasaki) — 시마 테츠오 (카네다의 친구, 사고 이후 강력한 초능력을 각성하는 인물)
    • 코야마 마미 (Mami Koyama) — 케이 (반정부 게릴라 조직의 멤버로 활동하는 소녀)
    • 겐다 텟쇼 (Tesshō Genda) — 류 (케이가 속한 반정부 게릴라 조직의 리더)
    • 이시다 타로 (Tarō Ishida) — 시키시마 대령 (네오 도쿄 군부의 실권자이자 초능력 프로젝트 책임자)

    감독

    • 오토모 카츠히로 (Katsuhiro Otomo) — 원작 만화의 작가이자 감독으로, 압도적인 디테일의 작화와 혁신적인 연출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거장. 대표작으로 메모리즈, 스팀보이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사이버펑크 장르의 원형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
    • 시대를 초월하는 작화와 연출의 힘을 느끼고 싶으신 분
    •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선 묵직한 주제 의식을 선호하시는 분
    •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0 / 10 —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현상.

  •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 소년 만화의 문법으로 철학을 완성한, 불멸의 마스터피스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 소년 만화의 문법으로 철학을 완성한, 불멸의 마스터피스

    출시일
    2009년 4월 5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판타지, 모험, 액션
    감독
    이리에 야스히로
    회차 / 러닝타임
    64회
    제작
    본즈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 넷플릭스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 본즈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물질의 이해, 분해, 재구성을 다루는 과학 ‘연금술’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세계가 배경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엘릭 형제,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살리고자 연금술 최대의 금기인 ‘인체 연성’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형제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형 에드워드는 왼쪽 다리를, 동생 알폰스는 육체 전체를 잃고 말았습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희생해 간신히 동생의 영혼을 거대한 갑옷에 정착시켰습니다.

    잃어버린 몸을 되찾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형제는 전설 속 물질 ‘현자의 돌’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떠났습니다. 강철로 만든 의수와 의족, ‘오토메일’을 장착한 에드워드는 최연소로 국가 연금술사 자격을 취득하고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군에 소속되어 현자의 돌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던 그들은, 이 돌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과 국가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됐습니다.

    형제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을 넘어, ‘호문쿨루스’라 불리는 7대 죄악의 이름을 가진 인조인간들과의 처절한 사투로 이어졌습니다. 그 배후에는 국가의 탄생부터 모든 것을 계획한 정체불명의 존재가 있었습니다. 엘릭 형제는 로이 머스탱 대령, 리자 호크아이 중위 등 믿음직한 군 동료들과 싱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의 도움을 받아, 개인의 목표를 넘어 국가와 인류의 운명을 건 싸움에 몸을 던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하나를 얻으려면 동등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넘어서는 희생과 유대,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 갔습니다.

    잘된 것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원작 만화의 방대하고 치밀한 서사를 거의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이었습니다. 2003년작 애니메이션이 원작의 연재 속도를 앞질러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됐던 것과 달리, <브라더후드>는 원작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작가가 의도했던 거대한 그림을 온전히 담아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인물들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얽히고, 복잡하게 깔려 있던 복선들이 막판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회수되는 쾌감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제작사 본즈의 작화 역량은 이 작품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연금술을 활용한 전투 장면들은 단순한 마법 대결이 아닌, 지형지물을 변형하고 창조하는 창의적인 액션으로 가득했습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섬세한 표정 묘사부터, 전장을 가득 메우는 스케일 큰 전투의 역동성까지,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로이 머스탱의 불꽃 연성과 스카의 파괴 연금술이 맞붙는 장면들은 지금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한 장면만 꼽으라면 단연 매스 휴즈의 죽음이었습니다. 초반부 유쾌하고 따뜻한 조력자로 엘릭 형제를 지탱해주던 그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이 작품이 단순한 소년 모험담이 아님을 선언하는 강력한 한 방이었습니다. 빗속의 장례식 장면에서 평소 냉철하던 머스탱 대령이 “비가 오는군”이라며 눈물을 감추는 모습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의 고통과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인간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최고의 연출이었습니다.

    아쉬운 것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64화 안에 압축하다 보니 초반부 전개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미 원작이나 2003년작을 접한 시청자에게는 핵심을 짚고 넘어가는 효율적인 전개로 느껴졌지만, 이 작품으로 ‘강철의 연금술사’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부 주요 사건들이 숨 가쁘게 지나가면서 각 에피소드에 담긴 감정선을 충분히 곱씹을 여유가 부족했던 점은 옥에 티로 남았습니다.

    또한,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자의 서사를 풀어내다 보니 일부 매력적인 조연들의 활약이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거대한 서사의 톱니바퀴로 기능했지만, 개별 캐릭터의 팬 입장에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묘사나 비중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법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박로미 (Romi Park) — 에드워드 엘릭 (인체 연성의 대가로 팔과 다리를 잃고 ‘강철의 연금술사’ 칭호를 얻은 천재 연금술사) / 대표작: 진격의 거인, 블리치
    • 쿠기미야 리에 (Rie Kugimiya) — 알폰스 엘릭 (육체를 잃고 영혼이 거대한 갑옷에 정착된 에드워드의 동생) / 대표작: 은혼, 토라도라!
    • 미키 신이치로 (Shin-ichiro Miki) — 로이 머스탱 (‘불꽃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야심가 군 대령이자 에드워드의 든든한 상관) / 대표작: 포켓몬스터, 모노가타리 시리즈
    • 오리카사 후미코 (Fumiko Orikasa) — 리자 호크아이 (로이 머스탱의 충실한 부관이자 백발백중의 실력을 자랑하는 명사수) / 대표작: 블리치, 코드 기어스
    • 후지와라 케이지 (Keiji Fujiwara) — 매스 휴즈 (군부 정보국의 장교이자 엘릭 형제를 가족처럼 아끼는 따뜻한 인물) / 대표-작: 짱구는 못말려, 헌터×헌터

    감독

    • 이리에 야스히로 —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역동적인 액션 연출과 각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 원작 팬과 신규 시청자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인생 애니메이션’이라 부를 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찾고 계신 분
    •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철학적 메시지와 묵직한 감동을 원하시는 분
    •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대서사를 즐기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0 / 10 —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쌓아 올린, 소년 만화의 가장 이상적인 완성형.

  • 엘리트 | 자극의 홍수 속, 길 잃은 10대들의 초상

    엘리트 | 자극의 홍수 속, 길 잃은 10대들의 초상

    출시일
    2018년 10월 5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하이틴,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라몬 살라사르, 다니 데 라 오르덴
    회차 / 러닝타임
    8회
    제작
    Zeta Audiovisual

    엘리트

    엘리트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이야기는 스페인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 ‘라스 엔시나스’에 세 명의 노동자 계층 학생들이 전학 오면서 시작됐습니다. 다니던 공립학교가 부실공사로 붕괴되자, 건설사의 지원으로 상류층 자제들만 다니는 이 학교에 오게 된 사무엘, 나디아, 크리스티안. 그들의 등장은 완벽해 보였던 라스 엔시나스의 견고한 계급 질서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기존의 학생들은 이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경계했지만,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두 세계는 이내 위험한 관계로 얽혀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학생 사무엘은 학교의 문제아이자 재벌의 딸인 마리나에게 순수한 호기심 이상의 감정을 느꼈고,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 나디아는 학교의 제왕처럼 군림하는 구스만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우정과 사랑, 질투와 배신이 뒤섞이며 이들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습니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서사 구조에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한 학생이 수영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현재’와, 전학생들이 온 첫날부터 살인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모든 학생을 한 명씩 심문했고, 그들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감춰졌던 비밀과 거짓말이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모두가 용의자였고,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잘된 것

    시청 내내 제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물들의 어두운 내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감각적인 미장센이었습니다. 특히 수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파티 장면들은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음악 속에서 10대들의 위태로운 욕망과 질투를 선명하게 포착하며, 단순한 하이틴 드라마를 넘어선 스타일리시한 스릴러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비주얼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플롯과 맞물려 엄청난 중독성을 자아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은 시청자가 끊임없이 다음 단서를 궁금하게 만들었고, 매회 엔딩에 배치된 충격적인 반전은 ‘정주행’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됐습니다.

    단순한 막장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스페인 사회의 계급,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 민감한 이슈를 10대들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담아낸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각 캐릭터는 평면적인 악역이나 선역으로 규정되지 않았습니다. 부유하지만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구스만,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디아, 모든 걸 가졌지만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했던 마리나 등 입체적으로 설계된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동기를 지니고 행동했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이들의 파격적인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 기저에 깔린 불안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

    하지만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개연성은 종종 길을 잃었습니다.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선은 지나치게 즉흥적으로 변하거나 설득력이 부족하게 그려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반부를 넘어서며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기보다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물이 서로 비밀을 갖고 배신을 거듭하는 구조는 초반의 흥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현재 시점의 경찰 심문 장면은 극의 미스터리를 이끌어가는 핵심 장치였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다소 반복적인 패턴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심문 → 과거 회상 → 새로운 사실 폭로’의 구조가 예측 가능해지면서 초반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조금 더 치밀한 심리 묘사나 사건의 인과관계를 쌓아 올렸다면, 단순한 자극을 넘어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마리아 페드라사 (María Pedraza) — 마리나 누니에르 오수나 (살인 사건의 피해자이자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인물)
    • 이찬 에스카미야 (Itzan Escamilla) — 사무엘 가르시아 도밍게스 (라스 엔시나스로 전학 온 평범한 학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함)
    • 미겔 베르나르도 (Miguel Bernardeau) — 구스만 누니에르 오수나 (마리나의 오빠이자 학교의 인기인. 오만하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님)
    • 미나 엘 함마니 (Mina El Hammani) — 나디아 샤나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 출신의 모범생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음)
    • 에스테르 엑스포시토 (Ester Expósito) — 카를라 로손 칼레루에가 (후작 가문의 딸로, 차갑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비밀을 간직한 인물)

    감독

    • 라몬 살라사르, 다니 데 라 오르덴 —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명성이 높은 감독들입니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긴장감 넘치는 화면에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의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시는 분
    • 스페인 특유의 강렬하고 파격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
    •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결합된 하이틴 장르를 찾으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2 / 10 — 자극의 쾌락은 확실하지만, 깊이를 논하기엔 얕은 스릴러.

  • 웬즈데이 | 매력적인 캐릭터, 진부한 미스터리 — 반쪽짜리 성공

    웬즈데이 | 매력적인 캐릭터, 진부한 미스터리 — 반쪽짜리 성공

    출시일 2022년 11월 23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하이틴 판타지, 미스터리
    감독 팀 버튼
    회차 / 러닝타임 8회
    제작 MGM Television

    웬즈데이

    웬즈데이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는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감정 표현을 경멸하며, 어둠과 죽음을 예찬하는 소녀였습니다. 남동생 퍽슬리를 괴롭힌 수구부 학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영장에 피라냐 떼를 풀어버린 그는 결국 ‘노미(normie, 평범한 인간)’ 학교에서 퇴학당했습니다. 그의 부모 고메즈와 모티샤는 자신들의 모교이자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온갖 별종들이 모이는 기숙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웬즈데이를 강제 전학시켰습니다.

    웬즈데이는 당연히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늑대인간 룸메이트 이니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학생들까지, 그의 취향과는 정반대인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탈출 계획을 세우던 웬즈데이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교 근처 제리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숲속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이어졌고, 웬즈데이는 자신에게 갑자기 발현된 환영 능력을 통해 이 사건이 자신의 가문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이제 웬즈데이의 목표는 탈출에서 사건 해결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네버모어의 비밀을 파헤치고, 마을 보안관과 대립하며, 자신을 둘러싼 두 남학생 타일러와 제이비어 사이에서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괴물의 정체에 다가갔습니다. 학교와 마을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아담스 가문이 숨겨온 비밀이 드러나면서 웬즈데이는 자신이 네버모어에 오게 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야기는 웬즈데이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서툴게 배워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기괴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틀 안에 담아냈습니다. 매회 새로운 단서와 용의자가 등장하며 긴장감을 유지했고, 웬즈데이는 특유의 비상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의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잘된 것

    가장 빛나는 것은 단연 주인공 ‘웬즈데이’ 그 자체였습니다. 배우 제나 오르테가는 원작 캐릭터의 정수를 완벽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왔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촬영 내내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는 일화처럼,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건조한 말투, 시니컬한 유머는 웬즈데이라는 캐릭터에 압도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첼로로 ‘Paint It Black’을 연주하는 장면이나 무도회장에서 선보인 독특한 춤사위는 오직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귀환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담스 패밀리’라는 소재는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고딕 양식 건축물,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크리처 디자인, 흑백과 강렬한 원색을 대비시키는 미장센은 팀 버튼 특유의 판타지 세계를 고스란히 펼쳐 보였습니다. 특히 웬즈데이의 흑백 세계와 룸메이트 이니드의 다채로운 색감이 한 방에서 충돌하는 모습은 두 캐릭터의 관계와 성장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한 연출이었습니다.

    하이틴 성장 드라마와 미스터리 스릴러의 결합도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정과 갈등, 풋풋한 삼각관계는 장르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동시에 숲속 괴물의 정체를 쫓는 ‘후더닛(whodunit)’ 구조는 매회 시청자를 붙드는 강력한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두 장르의 균형을 통해 ‘아담스 패밀리’를 모르는 시청자까지 쉽게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아쉬운 것

    캐릭터와 비주얼의 압도적인 매력에 비해, 정작 이야기의 핵심인 미스터리 서사는 다소 평이하고 예측 가능하게 흘러갔습니다. 초반에 던져진 떡밥과 단서들은 흥미로웠지만, 중반 이후 범인의 정체를 좁혀가는 과정은 장르적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떠오른 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무도회장에서 무표정하게 자신만의 춤을 추던 웬즈데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추리물로서가 아닌, 독보적인 캐릭터 드라마로서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메인 서사의 힘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웬즈데이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활용 방식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늑대인간 룸메이트 이니드는 웬즈데이의 성장을 돕는 사랑스러운 조력자로 제 몫을 다했지만, 두 남성 캐릭터 타일러와 제이비어는 웬즈데이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웬돌린 크리스티가 연기한 윔스 교장처럼 흥미로운 배경을 가진 인물들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퇴장한 점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제나 오르테가 (Jenna Ortega) — 웬즈데이 아담스 (주인공,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새 전학생)
    • 그웬돌린 크리스티 (Gwendoline Christie) — 라리사 윔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교장)
    • 리키 린드홈 (Riki Lindhome) — 발레리 킨봇 박사 (웬즈데이의 심리 상담사)
    • 제이미 맥셰인 (Jamie McShane) — 도노반 갤핀 (제리코 마을의 보안관)
    • 헌터 두핸 (Hunter Doohan) — 타일러 갤핀 (보안관의 아들이자 웬즈데이와 얽히는 인물)

    감독

    • 팀 버튼 — 가위손, 유령 신부 등을 연출했으며, 기괴하고 몽환적인 미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비주얼과 고딕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
    • 똑똑하고 냉소적인 여성 주인공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이틴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5 / 10 — 제나 오르테가의 웬즈데이는 완벽했지만,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너무 평범했다.

  • 피키 블라인더스 | 진흙 속에서 피어난 가장 우아한 범죄 서사시

    피키 블라인더스 | 진흙 속에서 피어난 가장 우아한 범죄 서사시

    출시일
    2013년 9월 12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범죄, 누아르, 시대극
    감독
    스티븐 나이트 (크리에이터)
    회차 / 러닝타임
    시즌 6 (총 36회)
    제작
    Caryn Mandabach Productions, Tiger Aspect Productions

    피키 블라인더스

    피키 블라인더스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1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멎은 1919년, 영국 버밍엄의 거리는 산업혁명의 매연과 전쟁의 상흔으로 자욱했습니다. 바로 그곳에 셸비 가문이 운영하는 범죄 조직 ‘피키 블라인더스’가 있었습니다. 전쟁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냉소와 야망만 남은 토마스 ‘토미’ 셸비(킬리언 머피)가 이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모자챙에 면도날을 숨기고 다니며, 경마 조작, 보호세 징수, 암시장 거래 등으로 세력을 키워나갔습니다.

    이야기는 토미가 우연히 정부의 무기 수송 상자를 탈취하면서 급변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비화했고, 내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처칠은 아일랜드에서 악명을 떨친 캠벨 경감(샘 닐)을 버밍엄으로 급파해 무기를 회수하고 도시의 범죄 조직을 소탕하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캠벨 경감의 등장은 피키 블라인더스에게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법과 원칙을 내세웠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인물이었습니다. 토미는 한편으로는 캠벨의 압박을 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가문을 버밍엄의 지배자로 만들려는 거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경찰, IRA, 공산주의자, 그리고 다른 경쟁 조직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피키 블라인더스는 단순히 갱스터들의 세력 다툼을 그린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PTSD)에 시달리는 인물들의 내면, 계급 사회의 모순, 그리고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가족의 투쟁을 밀도 높게 담아냈습니다. 토미 셸비라는 한 남자의 야망이 어떻게 가족과 도시, 나아가 국가의 운명과 얽히는지를 장대한 서사로 풀어냈습니다.

    잘된 것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독보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1920년대 버밍엄의 음울하고 축축한 공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진흙탕 거리, 어두운 술집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했습니다. 여기에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Red Right Hand’를 비롯한 현대적인 록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한 선택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악은 역설적으로 작품에 신화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부여하며, 토미 셸비와 그의 조직이 걷는 모습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심장이었습니다. 주인공 토마스 셸비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전쟁의 공허를 담은 푸른 눈빛과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목소리, 계산된 움직임 하나하나로 복잡하고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셸비 가문의 고모이자 정신적 지주인 폴리 그레이 역의 헬렌 맥크로리는 카리스마와 연약함을 오가는 열연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굳건히 잡았습니다. 폴 앤더슨이 연기한 다혈질 형 아서 셸비를 비롯한 모든 조연 배우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셸비 가문이라는 유기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쉬운 것

    6개의 시즌을 거치며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일부 플롯은 다소 정형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토미가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후반부 시즌에서는 긴장감이 다소 무뎌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 시즌 새로운 강적을 등장시키며 판을 키워나갔지만, 일부 악역 캐릭터는 캠벨 경감만큼의 위압감이나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활용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캐릭터 활용의 불균형도 눈에 띄었습니다. 토미 셸비라는 인물에게 서사가 극단적으로 집중되면서, 폴리나 아서 같은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다뤄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개인적인 고뇌나 성장이 토미의 거대한 계획을 위한 부속품처럼 느껴질 때, 이야기의 입체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시즌 2 말미, 죽음을 눈앞에 둔 토미가 무덤 앞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위기 탈출이 아니라, 전쟁 이후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며 나머지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관통하는 통찰을 줬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평면적으로 그쳐버린 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 토마스 셸비 (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자 피키 블라인더스를 이끄는 야심가) / 영화 오펜하이머, 인셉션, 28일 후
    • 헬렌 맥크로리 (Helen McCrory) — 폴리 그레이 (셸비 가문의 실질적인 안주인이자 회계 담당. 토미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 / 해리 포터 시리즈, 007 스카이폴
    • 폴 앤더슨 (Paul Anderson) — 아서 셸비 (토미의 형이자 조직의 행동대장. 충동적이고 폭력적이지만 가족애가 강함)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소피 런들 (Sophie Rundle) — 에이다 셸비 (셸비 가문의 유일한 여자 형제. 가족의 사업과 거리를 두려 함) / 젠틀맨 잭
    • 조 콜 (Joe Cole) — 존 셸비 (셸비 가문의 셋째. 형들에게 충성스럽지만 자신만의 주관도 뚜렷함) / 갱스 오브 런던

    감독

    • 스티븐 나이트 — 이 시리즈의 창작자이자 메인 작가. 영화 더티 프리티 씽, 이스턴 프라미스의 각본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어둡고 복잡한 인간 군상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스타일리시한 영국 시대극을 찾으시는 분
    •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의 범죄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
    • 킬리언 머피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만끽하고 싶으신 분
    • 감각적인 영상미와 현대적인 음악의 조화를 즐기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5 / 10 —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피어난 가장 매혹적인 남자의 서사.

  • 택시운전사 | 역사의 핸들을 잡은 소시민, 그 눈물의 페달

    택시운전사 | 역사의 핸들을 잡은 소시민, 그 눈물의 페달

    출시일
    2017년 8월 2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드라마, 실화
    감독
    장훈
    회차 / 러닝타임
    137분
    제작
    더램프(주)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 넷플릭스

    택시운전사 공식 포스터
    © 더램프(주)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1980년 5월의 서울, 11살 딸을 홀로 키우는 개인택시 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의 세상은 밀린 월세 10만 원을 걱정하는 소시민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철없는 놈들’이라 혀를 차고, 외국 손님을 태워 바가지를 씌우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의 귀에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통금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10만 원이라는 거금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기사가 가로챈 손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삼엄한 검문을 뚫고 도착한 광주는 그가 상상했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도시는 계엄군에 의해 봉쇄되었고, 거리 곳곳에서는 군인들이 곤봉으로 시민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었습니다. 만섭은 끔찍한 광경에 겁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려 했지만, 피터는 사명감에 불타 취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만섭은 위험을 직감하고 어떻게든 이 아수라장을 벗어나려 애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섭은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영어를 할 줄 아는 순수한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도움으로 마지못해 피터의 취재를 돕게 된 만섭은, 자신이 외면했던 현실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을 향한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발포와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도 서로를 돕고 주먹밥을 나누는 광주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서울에 혼자 남겨진 딸에 대한 걱정과 눈앞의 비극을 외면할 수 없는 양심 사이에서, 만섭은 일생일대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결국 그는 단순한 방관자, 돈만 밝히는 운전기사가 아닌 역사의 증인이자 조력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영화는 평범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했던 한 소시민이 어떻게 시대의 비극 앞에서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핸들을 돌렸는지를 뜨겁게 따라갔습니다.

    잘된 것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무겁고 비극적인 현대사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끌어들여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낸 점이었습니다. 주인공 김만섭은 영웅도, 운동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직 돈과 딸 걱정뿐인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었습니다. 관객은 그의 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광주의 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그의 공포와 분노, 그리고 연민의 감정을 고스란히 공유했습니다. 이는 역사를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한 개인의 감정적 변화를 통해 비극의 본질을 체험하게 만든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심장이었습니다. 송강호는 속물적인 소시민이 양심에 눈을 뜨는 과정을 특유의 생활 연기로 완벽하게 그려냈습니다. 그의 어리숙한 표정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과, 참상을 목격한 뒤 차 안에서 홀로 오열하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그대로 관통했습니다. 토마스 크레치만은 진실을 알리려는 기자의 굳건한 사명감을, 유해진은 광주 시민의 따뜻한 정과 의리를, 류준열은 시대에 희생된 청춘의 순수함을 각각의 자리에서 빈틈없이 채워줬습니다. 이들의 앙상블은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상업영화로서의 장르적 쾌감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장훈 감독은 초반부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부터 중반부의 숨 막히는 긴장감, 후반부의 감동까지 능숙하게 조율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택시 추격 장면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진실을 지키려는 자들과 은폐하려는 자들의 처절한 사투를 담아내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관객이 지치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한 연출력이 돋보였습니다.

    아쉬운 것

    다만, 영화는 역사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일부 인물과 상황을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계엄군은 거의 예외 없이 악마적인 존재로 그려졌고, 광주 시민들은 선량하고 의로운 피해자로만 비쳤습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지만, 모든 인물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 안에 가두면서 사건의 입체적인 측면을 일부 놓친 인상을 줬습니다.

    또한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때로는 과하게 느껴졌습니다. 특정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슬로우 모션이나 비장미를 강조하는 배경 음악은 관객의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신파’의 기운을 풍겼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서울로 향하는 김만섭의 택시를 지키기 위해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일렬로 늘어서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의 영웅담을 넘어, 이름 없는 소시민들의 연대가 어떻게 역사를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이미 충분히 강력한 이야기의 힘을 가졌기에, 감정을 덜어냈다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지도 모릅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송강호 (Song Kang-ho) — 김만섭 (딸을 홀로 키우는 평범한 서울 택시운전사) / 기생충, 변호인, 괴물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 토마스 크레치만 (Thomas Kretschmann) — 위르겐 힌츠페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 / 피아니스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 유해진 (Yoo Hae-jin) — 황태술 (정 많고 사려 깊은 광주 토박이 택시운전사) / 럭키, 공조, 왕의 남자
    • 류준열 (Ryu Jun-yeol) — 구재식 (시위에 참여하는 꿈 많은 광주 대학생) / 응답하라 1988, 돈, 독전
    • 박혁권 (Park Hyuk-kwon) — 최 기자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 애쓰는 지역 신문 기자) / 나의 아저씨, 육룡이 나르샤

    감독

    • 장훈 —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 등 실제 사건이나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인 상업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영화를 찾으시는 분
    • 배우 송강호의 ‘생활 연기’가 어떻게 관객을 설득하는지 확인하고 싶으신 분
    •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영화를 통해 마주할 용기가 있으신 분
    •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좋아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4 / 10 — 역사적 비극을 마주하는 가장 대중적이고도 영리한 방법.

  • 스물다섯 스물하나 | 빛나던 청춘의 기록, 그 끝에서 마주한 현실의 무게

    스물다섯 스물하나 | 빛나던 청춘의 기록, 그 끝에서 마주한 현실의 무게

    출시일
    2022년 2월 12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청춘, 로맨스, 드라마
    감독
    정지현
    회차 / 러닝타임
    16회
    제작
    화앤담픽쳐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 넷플릭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공식 포스터
    © tvN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온 나라를 뒤덮었던 시절이 배경이었습니다. 세상은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가르쳤고, 어른들은 꿈을 지키는 것보다 포기하는 법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이 잿빛 시대의 한가운데, 펜싱에 모든 것을 건 열여덟 소녀 나희도(김태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펜싱부마저 해체되는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쳤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유복한 도련님이었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한순간에 가장이 되어버린 스물둘 청년 백이진(남주혁)이 있었습니다.

    신문 배달을 하던 이진과, 그 신문을 받아보던 희도는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세상의 벽에 부딪히는 희도와, 꿈을 사치라 여기며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이진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희도는 이진에게서 잃어버린 희망을 보았고, 이진은 희도를 통해 잊고 있던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이야기는 나희도의 라이벌이자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김지연), 90년대 인싸의 표본 문지웅(최현욱), 전교 1등 모범생이자 해적방송 DJ 지승완(이주명)까지, ‘태양고 5인방’의 우정과 성장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며 가장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드라마는 현재 시점에서 희도의 딸이 엄마의 옛 다이어리를 읽는다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아련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잘된 것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단연 시대적 배경의 완벽한 재현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보편적 공감대였습니다. 1998년이라는 특정 시점을 삐삐, PC통신, 만화책 ‘풀하우스’, 그리고 당시의 패션과 음악까지, 디테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되살려냈습니다. 이는 3040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흥미로운 ‘레트로’ 감성을 선사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소품 나열이 아니라, IMF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났던 청춘의 에너지를 담아냈기에 그 울림은 더욱 컸습니다.

    배우들의 호연은 이 드라마의 심장이었습니다. 특히 나희도 그 자체였던 김태리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좌절과 환희를 오가는 감정의 진폭을 꾸밈없이 표현하며, 사랑스럽고 단단한 청춘의 표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남주혁 역시 시대의 무게에 짓눌린 청년의 고뇌와 성숙함을 안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무엇보다 ‘태양고 5인방’을 연기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들의 우정 서사는 때로는 로맨스보다 더 큰 설렘과 위로를 안겨주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너의 성장은 나의 기쁨이었고,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었어.”와 같은 대사들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꿈, 우정, 사랑이라는 청춘의 보편적 가치를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적인 대사로 풀어낸 각본과 연출의 힘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 시대의 성장 드라마로 격상시켰습니다.

    아쉬운 것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 한 걸음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15회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정선과 서사가 결말에 이르러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면서 많은 시청자에게 허탈감을 안겼습니다. 이별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했고, 현실적인 결말이라는 명분 아래 캐릭터들이 지켜왔던 관계의 깊이가 다소 가볍게 처리된 인상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유독 잊히지 않는 것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 나희도와 백이진이 서로를 향해 소리치던 장면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시대의 무게도, 미래의 불안도 없이 오직 서로의 존재만으로 빛났던 청춘의 가장 순수한 초상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단단해 보였던 이들의 서사가 맞이한 결말은 그래서 더욱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과거의 감동을 희석시키는 장치로 활용된 점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의 단편적인 모습들이 과거의 애틋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잘 만든 성장 드라마 한 편이 마지막에 와서 용두사미의 전형으로 기억될 여지를 남긴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김태리 (Kim Tae-ri) — 나희도 (IMF로 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인 고교 펜싱 유망주) / 영화 아가씨,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 남주혁 (Nam Joo-hyuk) — 백이진 (집안의 몰락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전직 도련님) / 드라마 눈이 부시게, 스타트업 등에서 청춘의 얼굴을 그려왔다.
    • 김지연(보나) (Kim Ji-yeon) — 고유림 (나희도의 라이벌이자 최연소 펜싱 금메달리스트) /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이자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
    • 최현욱 (Choi Hyun-wook) — 문지웅 (1990년대 감성을 대변하는 태양고의 패셔니스타) / 드라마 라켓소년단, 약한영웅 Class 1으로 떠오른 신예.
    • 이주명 (Lee Joo-myung) — 지승완 (반항심을 숨긴 전교 1등이자 해적방송 DJ) / 개성 있는 마스크와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

    감독

    • 정지현 — 드라마 너는 나의 봄, 더 킹: 영원의 군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을 연출했다. 인물 간의 감정선을 세련된 영상미로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분께 추천

    • 199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과 레트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
    • 가슴 뛰는 청춘들의 성장 서사를 통해 위로와 에너지를 얻고 싶으신 분
    •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앙상블과 케미스트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 꽉 닫힌 해피엔딩보다 현실적인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선호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3 / 10 — 가장 빛나는 시절의 기록, 그러나 끝내 가닿지 못한 마지막 페이지.

  • 스위트홈 | K-크리처의 성공적 신호탄, 그러나 이야기는 길을 잃었다

    스위트홈 | K-크리처의 성공적 신호탄, 그러나 이야기는 길을 잃었다

    출시일
    2020년 12월 18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크리처, 스릴러, 아포칼립스, 호러
    감독
    이응복
    회차 / 러닝타임
    10회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N

    스위트홈

    스위트홈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가족을 모두 잃고 세상과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송강)는 낡은 ‘그린홈’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삶의 모든 희망을 내려놓고 스스로 생을 마감할 날짜까지 정해둔 그에게, 세상이 먼저 종말을 고했습니다. 코피, 환청, 환각. 기이한 증상을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이 반영된 흉측한 괴물로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파트 출입구는 봉쇄되었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순식간에 고립된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이웃이 괴물로 변하고, 누가 다음 감염자일지 모르는 극도의 불신과 공포 속에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쳐야만 했습니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생존자들을 이끄는 의대생 이은혁(이도현), 특전사 출신의 강인한 소방관 서이경(이시영), 그리고 험악한 인상 뒤에 비밀을 감춘 편상욱(이진욱) 등 각기 다른 배경의 인물들이 모여 위태로운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차현수가 있었습니다. 그 역시 괴물화 증상을 겪기 시작했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인간성을 완전히 잃지 않고 내면의 괴물을 통제하는 ‘특수 감염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존재는 생존자들에게 위협인 동시에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현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 복도를 배회하는 괴물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닫혔던 마음을 열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 나갔습니다.

    잘된 것

    <스위트홈>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압도적인 비주얼에 있었습니다. 회당 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는 허투루 쓰이지 않았습니다. 웹툰 속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기괴하고 독창적인 크리처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정교한 CG로 구현되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형상화된 ‘프로틴’, ‘연근 괴물’ 등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며 K-크리처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폐쇄된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한 연출 역시 뛰어났습니다. 복도, 계단, 환풍구 등 익숙한 공간은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공포로 가득 찬 무대가 되었습니다. 초반부, 정체불명의 재난 앞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과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는 시청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욕망의 괴물화’라는 설정은 좀비 아포칼립스와는 다른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장르적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이 작품의 시각적 쾌감은 분명했지만, 그 이면의 질문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시청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오히려 ‘인간과 괴물의 경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드라마의 모호한 태도였습니다. 특히 차현수가 괴물의 힘을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성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장면들은, 생존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다움의 정의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 내면의 사투는 외부의 괴물과의 싸움보다 훨씬 더 처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쉬운 것

    강렬했던 초반부의 기세는 중반부를 넘어서며 눈에 띄게 힘을 잃었습니다. 이야기가 아파트 밖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면서, 초반의 밀도 높은 긴장감이 희석되었습니다. 일부 캐릭터들은 소모적으로 활용되거나 전형적인 장르 클리셰에 갇혀 입체감을 잃었고, 인물 간의 갈등 구조 역시 다소 평면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원작 웹툰이 가졌던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서사가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상당 부분 생략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시즌 2를 염두에 둔 듯한 결말 역시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수많은 질문과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내기보다는 새로운 떡밥을 던지는 데 집중하면서, 시즌 1 자체의 완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부 설정은 충분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등장해 개연성을 해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완결된 시즌을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마무리였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송강 (Song Kang) — 차현수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이자 욕망을 제어하는 특수 감염인)
    • 이진욱 (Lee Jin-uk) — 편상욱 (흉악범을 처단하는 미스터리한 과거의 남자)
    • 이시영 (Lee Si-young) — 서이경 (특전사 출신의 강인한 소방관)
    • 이도현 (Lee Do-hyun) — 이은혁 (그린홈 생존자들을 이끄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의대생)
    • 고민시 (Go Min-si) — 이은유 (이은혁의 동생으로, 까칠하지만 강한 생존 의지를 지닌 인물)

    감독

    • 이응복 — 미스터 션샤인,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을 연출하며 대작 드라마를 연이어 성공시킨 스타 감독입니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압도적인 스케일 연출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한국형 크리처물이나 아포칼립스 장르의 팬이신 분
    • 웹툰 원작의 기괴하고 독창적인 괴물들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었는지 궁금하신 분
    • 화려한 시각 효과와 숨 쉴 틈 없는 초반 전개를 즐기시는 분
    • 이야기의 깊이보다는 장르적 쾌감에 더 집중하며 시청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4 / 10 — 눈은 즐거웠으나, 마음을 채우기엔 2% 부족했던 K-크리처의 야심찬 첫걸음.

  • 나의 아저씨 | 삶의 무게를 견디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쓰지만 따뜻한 위로

    나의 아저씨 | 삶의 무게를 견디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쓰지만 따뜻한 위로

    출시일
    2018년 3월 21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드라마
    감독
    김원석
    회차 / 러닝타임
    16회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초록뱀미디어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건축구조기술사 박동훈(이선균)은 겉보기에 평범한 40대 가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이지아)는 그의 대학 후배이자 회사 대표인 도준영(김영민)과 불륜 관계였고, 사내 정치 싸움에 휘말려 곤경에 처했습니다. 그는 웃음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의 초상이었습니다.

    그의 앞에 나타난 이지안(이지은)은 스물한 살의 계약직 직원으로,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 뒤에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병든 할머니를 부양하며 거액의 사채 빚에 시달렸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 5천만 원을 가로채려던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지안은 동훈의 아내와 불륜 관계인 도준영 대표의 사주를 받아, 동훈의 약점을 잡아내기 위해 그의 휴대폰을 도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비리의 증거가 아닌, 한 남자의 고독한 삶의 소리였습니다. 형제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를 한탄하고, 어머니를 걱정하며, 팍팍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선의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을 엿들으며 지안의 얼어붙었던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도청으로 시작된 관계는 서로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묘한 연대로 발전했습니다. 지안은 동훈을 통해 어른의 따뜻함을 배웠고, 동훈은 지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잊고 있던 가치를 되찾았습니다. 드라마는 지독한 현실 속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자 구원이 되어주는 과정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잘된 것

    ‘미생’의 김원석 감독과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의 만남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화려한 사건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봤습니다. 삶의 본질을 꿰뚫는 명대사들은 시청자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고,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느리지만 묵직하게 흘러가는 연출은 깊은 몰입감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회색빛 도시의 풍경과 인물들의 고단한 삶을 교차시키며 담아낸 미장센은 작품의 정서를 완벽하게 구축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을 ‘인생 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이선균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중년 남성 박동훈의 피로감과 내면의 선함을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깊이 있게 표현해냈습니다. 이지은(아이유)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얼굴 뒤에 숨겨진 상처와 혼란,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한 눈빛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박호산, 송새벽이 연기한 동훈의 형제들을 비롯한 모든 조연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유독 잊히지 않는 것은, 지안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모두 털어놓았을 때 동훈이 담담하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던 장면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 자체를 온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순간이었고, 사람 사이의 연대가 얼마나 큰 구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강력한 한 방이었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모든 면이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초반,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관계라는 설정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로맨스로 오해받거나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이 의도한 인간 대 인간의 교감과 연대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전까지, 이 설정이 자아내는 미묘한 긴장감은 작품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극의 전개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었습니다. 인물들의 감정이 쌓이고 관계가 무르익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가는 것을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는 최고의 드라마였겠지만,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보다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이 때로는 지루하게 다가왔을 여지도 있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이선균 (Lee Sun-kyun) — 박동훈 (건축구조기술사,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삼형제의 둘째) / 영화 ‘기생충’, ‘끝까지 간다’ 등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 이지은 (Lee Ji-eun) — 이지안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차가운 성격의 인물) / 가수 아이유로 데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완벽히 입증하며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 박호산 (Park Ho-san) — 박상훈 (정리해고 후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는 유쾌한 성격의 첫째) /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으로 얼굴을 알린 신스틸러.
    • 송새벽 (Song Sae-byeok) — 박기훈 (한때 천재 영화감독으로 불렸으나 꿈을 접은 막내) / 특유의 개성 강한 연기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 고두심 (Go Doo-shim) — 변요순 (꿋꿋하게 삼형제를 키워낸 어머니) /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

    감독

    • 김원석 — ‘미생’, ‘시그널’, ‘성균관 스캔들’ 등을 만든 감독.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현실적인 연출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삶의 무게에 지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분
    • 자극적인 설정보다 인물의 깊은 감정선을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
    • ‘미생’처럼 현실적인 직장 생활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에 공감하셨던 분
    • 배우들의 명연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을 감상하고 싶은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1 / 10 — 지독한 현실 속에서 서로의 구원이 되어준, 어른들을 위한 쓰디쓴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