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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키 블라인더스

Review

피키 블라인더스 | 진흙 속에서 피어난 가장 우아한 범죄 서사시

출시일
2013년 9월 12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범죄, 누아르, 시대극
감독
스티븐 나이트 (크리에이터)
회차 / 러닝타임
시즌 6 (총 36회)
제작
Caryn Mandabach Productions, Tiger Aspect Productions

피키 블라인더스

피키 블라인더스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1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멎은 1919년, 영국 버밍엄의 거리는 산업혁명의 매연과 전쟁의 상흔으로 자욱했습니다. 바로 그곳에 셸비 가문이 운영하는 범죄 조직 ‘피키 블라인더스’가 있었습니다. 전쟁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냉소와 야망만 남은 토마스 ‘토미’ 셸비(킬리언 머피)가 이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모자챙에 면도날을 숨기고 다니며, 경마 조작, 보호세 징수, 암시장 거래 등으로 세력을 키워나갔습니다.

이야기는 토미가 우연히 정부의 무기 수송 상자를 탈취하면서 급변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로 비화했고, 내무장관 윈스턴 처칠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처칠은 아일랜드에서 악명을 떨친 캠벨 경감(샘 닐)을 버밍엄으로 급파해 무기를 회수하고 도시의 범죄 조직을 소탕하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캠벨 경감의 등장은 피키 블라인더스에게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법과 원칙을 내세웠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인물이었습니다. 토미는 한편으로는 캠벨의 압박을 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가문을 버밍엄의 지배자로 만들려는 거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경찰, IRA, 공산주의자, 그리고 다른 경쟁 조직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피키 블라인더스는 단순히 갱스터들의 세력 다툼을 그린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PTSD)에 시달리는 인물들의 내면, 계급 사회의 모순, 그리고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가족의 투쟁을 밀도 높게 담아냈습니다. 토미 셸비라는 한 남자의 야망이 어떻게 가족과 도시, 나아가 국가의 운명과 얽히는지를 장대한 서사로 풀어냈습니다.

잘된 것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독보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1920년대 버밍엄의 음울하고 축축한 공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진흙탕 거리, 어두운 술집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했습니다. 여기에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시즈의 ‘Red Right Hand’를 비롯한 현대적인 록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한 선택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음악은 역설적으로 작품에 신화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부여하며, 토미 셸비와 그의 조직이 걷는 모습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심장이었습니다. 주인공 토마스 셸비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전쟁의 공허를 담은 푸른 눈빛과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목소리, 계산된 움직임 하나하나로 복잡하고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셸비 가문의 고모이자 정신적 지주인 폴리 그레이 역의 헬렌 맥크로리는 카리스마와 연약함을 오가는 열연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굳건히 잡았습니다. 폴 앤더슨이 연기한 다혈질 형 아서 셸비를 비롯한 모든 조연 배우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셸비 가문이라는 유기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쉬운 것

6개의 시즌을 거치며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일부 플롯은 다소 정형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토미가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기적적으로 성공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후반부 시즌에서는 긴장감이 다소 무뎌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 시즌 새로운 강적을 등장시키며 판을 키워나갔지만, 일부 악역 캐릭터는 캠벨 경감만큼의 위압감이나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활용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캐릭터 활용의 불균형도 눈에 띄었습니다. 토미 셸비라는 인물에게 서사가 극단적으로 집중되면서, 폴리나 아서 같은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다뤄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개인적인 고뇌나 성장이 토미의 거대한 계획을 위한 부속품처럼 느껴질 때, 이야기의 입체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시즌 2 말미, 죽음을 눈앞에 둔 토미가 무덤 앞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위기 탈출이 아니라, 전쟁 이후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며 나머지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관통하는 통찰을 줬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평면적으로 그쳐버린 점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 토마스 셸비 (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자 피키 블라인더스를 이끄는 야심가) / 영화 오펜하이머, 인셉션, 28일 후
  • 헬렌 맥크로리 (Helen McCrory) — 폴리 그레이 (셸비 가문의 실질적인 안주인이자 회계 담당. 토미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 / 해리 포터 시리즈, 007 스카이폴
  • 폴 앤더슨 (Paul Anderson) — 아서 셸비 (토미의 형이자 조직의 행동대장. 충동적이고 폭력적이지만 가족애가 강함)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소피 런들 (Sophie Rundle) — 에이다 셸비 (셸비 가문의 유일한 여자 형제. 가족의 사업과 거리를 두려 함) / 젠틀맨 잭
  • 조 콜 (Joe Cole) — 존 셸비 (셸비 가문의 셋째. 형들에게 충성스럽지만 자신만의 주관도 뚜렷함) / 갱스 오브 런던

감독

  • 스티븐 나이트 — 이 시리즈의 창작자이자 메인 작가. 영화 더티 프리티 씽, 이스턴 프라미스의 각본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어둡고 복잡한 인간 군상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스타일리시한 영국 시대극을 찾으시는 분
  •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의 범죄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
  • 킬리언 머피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만끽하고 싶으신 분
  • 감각적인 영상미와 현대적인 음악의 조화를 즐기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5 / 10 —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피어난 가장 매혹적인 남자의 서사.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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