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션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석세션>은 글로벌 미디어 제국 ‘웨이스타 로이코(Waystar Royco)’를 맨손으로 일군 총수 로건 로이와 그의 왕좌를 노리는 네 자녀의 무자비한 상속 전쟁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로건 로이가 80세 생일을 맞아 건강에 심각한 이상을 보이면서 시작됐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유고 가능성은 수면 아래에 있던 자녀들의 탐욕과 불안을 일깨우는 방아쇠가 됐습니다.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며 평생을 후계자로 준비해 온 둘째 아들 켄달, 정치계에서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기회를 엿보는 유일한 딸 시브, 경박하고 무책임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잔인한 본성을 숨긴 셋째 아들 로만, 그리고 권력 다툼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듯 보이는 이복형 코너까지. 이들은 웨이스타 로이코의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한 배신과 음모, 그리고 일시적인 연합을 반복하며 처절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드라마는 단순히 누가 회사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류층의 위선, 돈과 권력 앞에서 처참하게 붕괴하는 가족 관계, 그리고 미디어 권력이 사회를 어떻게 조종하는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봤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장대한 서사 속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 입히면서도 동시에 서로에게서 애정과 인정을 갈구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이야기 깊숙이 끌어들였습니다.
이들의 전쟁은 회의실과 호화로운 저택, 전용기를 오가며 펼쳐졌습니다. 매 순간 오가는 대화에는 뼈가 있었고, 모든 행동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습니다. <석세션>은 권력이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어떻게 자극하고, 결국 모두를 공허한 비극으로 몰아넣는지를 냉소적이면서도 비상한 통찰력으로 담아낸 걸작이었습니다.
잘된 것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압도적인 각본에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 제시 암스트롱과 작가진이 빚어낸 대사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 같았습니다. 상대를 조롱하고 무너뜨리는 독설과 위트가 넘치는 대화 속에는 각 인물의 욕망, 콤플렉스, 세계관이 정교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예측 불가능한 플롯 전개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신들렸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언 콕스는 웨이스타 로이코 그 자체인 냉혹한 폭군 로건 로이를 연기하며 화면을 장악했고, 제레미 스트롱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발버둥 치다 끝없이 추락하는 켄달 로이의 비극을 처절하게 그려냈습니다. 사라 스누크, 키에란 컬킨, 매튜 맥패디언 등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히 빙의해, 이 지옥 같은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냈습니다.
연출 또한 드라마의 품격을 높인 핵심 요소였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핸드헬드 촬영과 과감한 줌인·줌아웃은 마치 우리가 로이 가문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몰래 잠입해 그들의 민낯을 엿보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시청 내내 가장 마음을 후벼팠던 것은 켄달이 아버지의 생일 파티에서 헌정 랩 ‘L to the OG’를 부르던 장면이었습니다. 모두가 비웃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그의 처절한 몸짓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권력 암투극이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아쉬운 것
<석세션>은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진입장벽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지독할 정도로 비호감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공감이나 연민을 자아내기보다는 경멸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이것은 의도된 장치였지만,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는 초반부터 상당한 피로감을 안겨줬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주로 대화와 심리전을 통해 전개되기에 물리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액션을 기대했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로이 가문의 끝없는 배신과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구조는 때때로 이야기가 제자리를 맴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냉소와 독설로 가득 찬 세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드라마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브라이언 콕스 (Brian Cox) — 로건 로이 (미디어 제국 ‘웨이스타 로이코’의 창립자이자 냉혹한 총수) / 트로이,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스코틀랜드의 원로 배우
- 제레미 스트롱 (Jeremy Strong) — 켄달 로이 (후계자 자리를 갈망하며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반기를 드는 둘째 아들) / 메소드 연기의 대가로, 이 작품을 통해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 사라 스누크 (Sarah Snook) — 시오반 “시브” 로이 (정치계에서 경력을 쌓으며 권력의 중심을 노리는 막내딸) / 호주 출신 배우로, 복합적인 야심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 키에란 컬킨 (Kieran Culkin) — 로만 로이 (경박한 태도 뒤에 날카로움을 숨긴, 예측 불가능한 셋째 아들) / 아역 배우 출신으로, 석세션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정점을 맞이했다.
- 매튜 맥패디언 (Matthew Macfadyen) — 톰 왐스건스 (시브의 남편으로, 로이 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야심가) /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역으로 유명하며, 이 작품에서 비굴함과 야심을 오가는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감독
- 제시 암스트롱 (Jesse Armstrong) — 영국의 작가이자 프로듀서로 이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전작 피프 쇼, 인 더 루프 등에서 현대 사회와 권력층의 위선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의 대가로 평가받았다.
이런 분께 추천
- 신랄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의 향연을 즐기는 분
-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입체적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분
- 셰익스피어 비극을 연상시키는 현대판 재벌가의 권력 투쟁을 보고 싶은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4 / 10 —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가장 추악하고, 가장 우아한 비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