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EXT OTT WATCH OTT 공개일 · 신작 · 플랫폼 허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Review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출시일 2001년 7월 20일 (일본) / 2002년 6월 28일 (한국)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러닝타임 125분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열 살 소녀 치히로는 이사를 가던 중 부모님과 함께 낡고 기묘한 터널을 발견했습니다. 터널 너머에는 폐허가 된 놀이공원처럼 보이는 낯선 마을이 있었고, 그곳의 한 식당에서 치히로의 부모님은 주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려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치히로가 주변을 헤매는 사이, 마을에 어둠이 내리고 기이한 형체의 요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겁에 질려 부모님에게 돌아간 치히로는 음식을 탐한 벌로 거대한 돼지로 변해버린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간의 아이가 들어올 수 없는 신들의 세계에 홀로 갇힌 치히로는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숨겼습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했고, 치히로는 신들의 목욕탕인 ‘아부라야’를 지배하는 탐욕스러운 마녀 유바바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걸했습니다. 유바바는 치히로의 본명을 빼앗고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며 목욕탕의 가장 힘든 허드렛일을 맡겼습니다.

이름을 잃고 ‘센’이 된 소녀는 선배인 린과 보일러실을 지키는 가마 할아범, 숯검댕이 요괴 스usuwatari 등 개성 강한 동료들의 도움과 구박 속에서 낯선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물신으로 오해받던 강의 신을 정화하고, 외로움에 사로잡혀 폭주하는 요괴 ‘가오나시’를 보살피는 등 여러 사건을 겪으며 내면의 용기와 따뜻함을 발견했습니다. 센은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하고 자신의 진짜 이름을 되찾아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계속했습니다.

잘된 것

이 작품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단연코 그 독창적이고 경이로운 세계관의 구축에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의 토속 신앙과 설화를 바탕으로, 서구 판타지와는 결이 다른 동양적 상상력의 정수를 스크린에 펼쳐냈습니다. 온갖 형상의 800만 신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찾아오는 목욕탕 ‘아부라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정교하게 그려진 건물 내부의 디테일, 각양각색의 신과 요괴 디자인,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묘사는 관객을 압도하며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초대했습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선 다층적인 메시지 또한 이 작품을 걸작의 반열에 올린 핵심이었습니다. 이름을 빼앗기는 것은 정체성의 상실을, 음식을 탐하다 돼지가 된 부모님은 자본주의 사회의 끝없는 탐욕을 은유했습니다. 센이 겪는 고된 노동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 ‘가오나시’가 센의 친절에 집착하다 금과 음식을 무기로 타인을 지배하려 들고, 결국 모든 것을 토해내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현대 사회의 공허함과 관계에 대한 갈망을 날카롭게 포착해냈습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의 감정선을 완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었습니다. 서정적이고 아련한 피아노 선율의 ‘어느 여름날(One Summer’s Day)’부터 웅장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오케스트라까지, 그의 음악은 치히로의 불안과 성장, 그리고 신들의 세계가 품은 신비와 애수를 완벽하게 담아내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영상과 음악의 완벽한 조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이 완벽에 가까운 작품에도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할 지점은 존재했습니다. 영화의 서사는 명확한 인과관계나 논리적 설명보다는 이미지와 상징, 직관적인 흐름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왜 하쿠가 용으로 변하는지, 제니바와 유바바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지 등 세세한 설정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였지만, 한편으로는 서사의 개연성을 중시하는 일부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가오나시’의 폭주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수줍고 외로운 존재로 보였던 그가 센의 관심을 갈구하며 목욕탕 직원들을 삼키고 금을 쏟아내는 모습은 꽤나 기괴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괴물의 폭주가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관계에 대한 서툰 갈망이 뒤틀린 형태로 폭발하는 모습이었고, 그 서늘한 은유는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히이라기 루미 (Rumi Hiiragi) — 치히로/센 (평범하고 겁 많던 소녀에서 용감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 이리노 미유 (Miyu Irino) — 하쿠 (치히로를 돕는 신비로운 소년이자 강의 신)
  • 나츠키 마리 (Mari Natsuki) — 유바바 & 제니바 (신들의 목욕탕을 지배하는 탐욕스러운 마녀와 그의 온화한 쌍둥이 언니)
  • 스가와라 분타 (Bunta Sugawara) — 가마 할아범 (목욕탕의 보일러실을 책임지는 거미 형태의 요괴)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 등을 연출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거장. 자연과의 공존, 반전(反戰) 등 깊이 있는 주제를 환상적인 작화로 그려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상상력 넘치는 세계관에 흠뻑 빠지고 싶으신 분
  •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애니메이션을 찾으신 분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사랑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8 / 10 —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예술적 경지의 증명.

작성자: 실라스 (SILAS)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