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범죄드라마

  • 시티 오브 갓 | 폭력의 연대기,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가 스크린을 삼켰다

    시티 오브 갓 | 폭력의 연대기,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가 스크린을 삼켰다

    출시일 2005년 4월 22일
    플랫폼 웨이브
    장르 범죄, 드라마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회차 / 러닝타임 130분
    제작 O2 Filmes, VideoFilmes

    시티 오브 갓

    시티 오브 갓
    © 웨이브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시다지 지 데우스(City of God)’, 즉 ‘신의 도시’였습니다. 이름과는 정반대로 이곳은 신에게 버림받은 듯 총과 마약, 폭력이 일상을 지배하는 무법지대였습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소년 ‘부스카페’는 갱스터가 되기보다는 사진작가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그의 눈은 총구가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담고자 했습니다.

    영화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약 20년에 걸쳐, 부스카페와 그의 동네 친구 ‘제 페케누’의 엇갈린 운명을 따라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잔혹함을 보였던 제 페케누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경쟁 조직을 하나씩 제거하며 도시의 마약 사업을 독점했고, 빈민가 전체를 공포로 물들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부스카페는 위험한 거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렌즈를 통해 친구들의 비극적인 삶과 도시의 참상을 묵묵히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제 페케누의 끝없는 탐욕과 광기는 결국 도시 전체를 거대한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폭력은 선량했던 사람들마저 복수를 위해 총을 들게 만들었고, ‘신의 도시’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모든 비극의 한가운데서 부스카페는 목숨을 걸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는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역사의 증인이자, 위험천만한 특종의 주인공이 되어갔습니다.

    잘된 것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단연코 생생한 에너지였습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 닭 한 마리를 쫓아 골목을 질주하는 갱단과 그들을 포착하는 부스카페의 카메라가 교차하는 장면은 이후 펼쳐질 2시간의 혼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명장면이었습니다. 감독은 핸드헬드 촬영과 현란할 정도로 빠른 교차 편집, 그리고 남미의 태양처럼 강렬한 색감을 활용해 마치 잘 짜인 극영화가 아닌, 거리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현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폭력은 미화되지 않았고, 삶은 필터 없이 날것 그대로 스크린에 펼쳐졌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리얼리즘을 완성하는 핵심이었습니다. 대부분 실제 빈민가 출신의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한 선택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특히 도시를 피로 물들이는 악당 제 페케누와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의 광기 어린 눈빛은 연기라기보다 실제 삶의 일부를 떼어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인공 부스카페 역의 알렉상드르 로드리게스 역시, 공포와 연민, 그리고 예술가적 열망이 뒤섞인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이 이 지옥도를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감정적 끈이 되어주었습니다.

    아쉬운 것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속도감과 에너지는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했습니다. 20년의 세월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압축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퇴장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물들의 서사는 파편적으로 느껴졌고, 관객이 특정 캐릭터에게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할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개인의 비극보다는 ‘신의 도시’라는 공간 전체가 겪는 거대한 폭력의 순환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것은 개별 인물에 대한 연민보다는 숨 막히는 현실에 대한 압도감과 약간의 거리감이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알렉상드르 로드리게스 (Alexandre Rodrigues) — 부스카페 (사진작가를 꿈꾸며 지옥 같은 현실을 기록하는 화자)
    • 레안드루 피르미누 (Leandro Firmino) — 제 페케누 (무자비한 폭력성으로 도시를 장악해나가는 갱스터)
    • 펠리피 하겐센 (Phellipe Haagensen) — 베네 (제 페케누의 의리 있는 파트너이자 잠시나마 평화를 가져오는 인물)
    • 더글라스 실바 (Douglas Silva) — 다지뉴 (제 페케누의 아역, 어린 나이부터 드러나는 극단적 잔혹함)
    • 세우 조르지 (Seu Jorge) — 마네 갈리냐 (선량한 시민이었으나 갱단 전쟁에 휘말려 복수에 나서는 인물)

    감독

    •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 전작으로 콘스탄트 가드너, 눈먼 자들의 도시, 두 교황 등을 연출했습니다. 다큐멘터리 기법과 감각적인 편집으로 사회 문제를 스타일리시하게 담아내는 데 탁월한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날것의 에너지로 가득 찬 스타일리시한 범죄 영화를 찾으시는 분
    • 갱스터 장르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
    • 다소 폭력적이고 정신없이 빠른 전개를 감당할 수 있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2 / 10 — 신에게 버림받은 도시에서, 영화는 신의 눈이 되어 모든 것을 기록했다.

  • 빈센조 | 쾌감과 작위성 사이, 매력적인 이방인의 통쾌한 복수극

    빈센조 | 쾌감과 작위성 사이, 매력적인 이방인의 통쾌한 복수극

    출시일 2021년 2월 20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블랙 코미디, 범죄
    감독 김희원
    회차 / 러닝타임 20회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로고스필름

    빈센조

    빈센조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냉철한 고문 변호사, 콘실리에리 빈센조 까사노(송중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과거 중국 부호가 서울의 낡은 상가 ‘금가프라자’ 지하에 숨겨둔 막대한 양의 금괴를 찾아 조용히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금괴가 묻힌 건물을 거대 기업 ‘바벨그룹’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철거하고 재개발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금을 지키기 위해, 빈센조는 어쩔 수 없이 금가프라자 철거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개성 강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상가 세입자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독종 변호사 홍차영(전여빈)과 엮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했지만, 바벨그룹의 비리에 맞서던 그녀의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두 사람은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그렇게 빈센조와 홍차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결코 심판할 수 없는 거악, 바벨그룹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빈센조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방식으로, 즉 ‘악은 더 큰 악으로’ 상대했습니다. 협박, 매수, 폭력은 물론이고 때로는 상상치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적의 허를 찔렀습니다. 이야기는 금괴를 찾으려던 개인의 목표에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다크 히어로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잘된 것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단연 ‘빈센조’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마피아 콘실리에리라는 설정은 시작부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는 법과 윤리를 가볍게 무시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으로 ‘쓰레기’들을 처단했습니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악인들을 가차 없이 응징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습니다. 배우 송중기는 차가운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오가며 이 매력적인 다크 히어로를 완벽하게 체화했습니다.

    무거운 복수극에 코미디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점도 돋보였습니다. 금가프라자 세입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소시민이자,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코믹 릴리프였습니다. 자칫 어둡고 잔혹하게만 흘러갈 수 있었던 이야기는 이들의 활약 덕분에 유쾌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진지한 액션과 복수의 서사 속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B급 유머의 향연은 ‘빈센조’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했고, 블랙 코미디 장르의 매력을 십분 살려냈습니다.

    김희원 감독의 세련된 연출 역시 작품의 격을 높였습니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초반부의 이국적인 풍광부터 빈센조의 움직임을 담아낸 감각적인 액션 시퀀스, 클래식 음악을 활용해 비극성과 아이러니를 극대화한 장면 연출까지, 모든 요소가 스타일리시하게 조율되었습니다. 특히 수트를 빼입은 빈센조가 펼치는 절도 있는 액션은 단순한 폭력을 넘어 한 편의 잘 짜인 군무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쉬운 것

    다만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은 때로 이야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중반부에는 바벨그룹의 하수인들과 금가프라자 세입자들 간의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되면서 서사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졌습니다. 일부 코미디 장면은 과장되게 연출되어 극의 전체적인 톤과 겉돌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압축적인 전개를 택했다면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극단적인 톤의 변화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한순간에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잔혹한 고문 장면으로 전환되는 식의 연출은 시청자에게 감정적 혼란을 안겼습니다. 악역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입체성을 잃고 단순한 사이코패스로 평면화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은, 홍차영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들을 처단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나지막이 읊조린 뒤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그의 모습에서, 이 드라마가 약속한 ‘악을 향한 자비 없는 응징’이라는 쾌감의 본질과 동시에 그 위험성을 목격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송중기 (Song Joong-ki) — 빈센조 까사노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콘실리에리로, 냉혹하지만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 / 태양의 후예, 재벌집 막내아들
    • 전여빈 (Jeon Yeo-been) — 홍차영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종 변호사. 빈센조의 든든한 파트너로 성장한다) / 멜로가 체질, 글리치
    • 옥택연 (Ok Taec-yeon) — 장준우 (홍차영을 따르는 어리숙한 인턴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바벨그룹의 진짜 회장인 소시오패스 빌런) / 드림하이, 블라인드
    • 김여진 (Kim Yeo-jin) — 최명희 (검사 출신 변호사로, 목적을 위해선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인물) / 인간수업, 이태원 클라쓰
    • 곽동연 (Kwak Dong-yeon) — 장한서 (바벨그룹의 ‘바지 회장’. 이복형 장준우에게 억눌려 살지만 점차 변화를 겪는 입체적 인물) / 구르미 그린 달빛, 눈물의 여왕

    감독

    • 김희원 — 왕이 된 남자, 돈꽃,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했습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미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악을 처단하는 ‘사이다’ 복수극을 원하시는 분
    •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블랙 코미디를 즐기시는 분
    • 송중기 배우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2 / 10 — 스타일리시한 악당이 선사하는 통쾌함, 그 뒤에 남는 장르적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