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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런스 공식 포스터

Review

세버런스 | 기억을 절단한 사무실, 그 차가운 디스토피아의 완성

출시일 2022년 2월 18일
플랫폼 애플TV+
장르 SF,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벤 스틸러
회차 / 러닝타임 9회
제작 Red Hour Productions, Fifth Season

세버런스

세버런스 공식 포스터
© Apple TV+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미스터리한 거대 기업 ‘루먼 인더스트리’는 직원들에게 궁극의 ‘워라밸’을 제안했습니다. 뇌에 작은 칩을 심어 회사에서의 기억과 회사 밖에서의 기억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세버런스(단절)’ 시술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회사 안의 자아, ‘인니(Innie)’는 퇴근하는 순간 잠들고 출근하는 순간 깨어납니다. 사생활의 자아, ‘아우티(Outie)’는 회사에서의 8시간을 아무런 기억 없이 건너뛰게 됩니다. 이들에게 회사는 그저 출퇴근하는 장소일 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내를 잃은 깊은 슬픔을 잊기 위해 시술을 선택한 남자, 마크 스카우트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우티’는 퇴근 후 공허한 집에서 슬픔에 잠겨 지냈고, 그의 ‘인니’는 데이터 정제부의 팀장으로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을 분류하는 무미건조한 업무를 반복했습니다. 회사 안의 마크는 사생활의 고통을 몰랐고, 회사 밖의 마크는 업무의 지루함을 몰랐기에 이 분리는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균형은 두 개의 균열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갑자기 해고된 전 동료가 ‘아우티’ 마크에게 접근해 루먼의 끔찍한 비밀을 경고했습니다. 같은 시각, 회사 안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술을 받고 입사한 신입사원 헬리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며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헬리의 저항을 막아서던 ‘인니’ 마크는 점차 자신이 일하는 공간과 업무의 본질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고, 결국 회사 안과 밖의 두 자아는 각자의 방식으로 루먼이라는 거대한 감옥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위험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잘된 것

한 장면만 꼽으라면 단연 신입사원 헬리가 자신의 바깥 자아에게 탈출을 애원하는 메시지를 숨기려다 실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 기발한 설정이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얼마나 섬뜩한 감옥이 될 수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했습니다. <세버런스>는 ‘일과 삶의 분리’라는 현대 직장인의 보편적 욕망을 가장 독창적이고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비튼 SF 스릴러였습니다. 기억이 단절된 회사 생활은 편리한 워라밸이 아니라, 깨어있는 내내 퇴근할 수 없는 영원한 노동 지옥이라는 사실을 서늘하게 폭로했습니다.

코미디 배우로 더 익숙한 벤 스틸러 감독의 연출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차가웠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새하얀 복도, 모든 것이 대칭을 이루는 사무 공간,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식 컴퓨터 등 미장센은 그 자체로 거대한 통제 시스템을 시각화했습니다.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은 인물들을 거대한 조직의 부품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는 시청자에게 끊임없는 불안감과 압박감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빼어났습니다. 애덤 스콧은 슬픔에 잠긴 ‘아우티’와 순진한 ‘인니’의 미묘한 차이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패트리샤 아퀘트는 온화한 표정 뒤에 광기를 숨긴 관리자 역할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책임졌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빙(존 터투로)과 버트(크리스토퍼 워컨)의 관계였습니다. 엄격한 규칙으로 가득한 비인간적인 공간 속에서 두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피워내는 감정의 교류는 이 차가운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들의 서사는 루먼의 시스템이 억압하려는 것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연결과 감정임을 암시하며 드라마의 주제를 한층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운 것

<세버런스>의 가장 큰 장점인 신중한 서사 전개는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초반 몇 개의 에피소드는 세계관을 설명하고 미스터리를 쌓아 올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긴 했지만, 일부 시청자에게는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속도였습니다. 떡밥을 던지는 데 집중하다 보니 본격적인 사건이 터지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시즌 1은 거대한 미스터리의 서막을 여는 데 집중한 나머지, 수많은 질문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회의 폭발적인 서스펜스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중요한 비밀들이 거의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났다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는 잘 짜인 시즌제 드라마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서의 만족감을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애덤 스콧 (Adam Scott) — 마크 스카우트 (아내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세버런스 시술을 받은 데이터 정제부 팀장)
  • 브릿 로워 (Britt Lower) — 헬리 R.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사해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신입사원)
  • 존 터투로 (John Turturro) — 어빙 베일리프 (엄격한 규칙 신봉자처럼 보이나, 다른 부서 직원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 인물)
  • 패트리샤 아퀘트 (Patricia Arquette) — 하모니 코벨 (직원들의 회사 생활과 사생활 모두를 감시하는 미스터리한 관리자)
  • 크리스토퍼 워컨 (Christopher Walken) — 버트 굿맨 (광학 및 디자인 부서장으로, 어빙과 교감하며 회사의 비밀을 암시하는 인물)

감독

  • 벤 스틸러 (Ben Stiller) —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졌으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등을 통해 감각적인 미장센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결합하는 연출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블랙 미러> 시리즈처럼 기발한 상상력의 디스토피아를 좋아하시는 분
  • 꼼꼼하게 설계된 세계관과 상징으로 가득한 미스터리를 즐기시는 분
  • 현대 직장 생활의 본질에 대해 곱씹어볼 만한 작품을 찾으시는 분
  • 감각적인 미장센과 정교한 연출이 돋보이는 스릴러를 선호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7 / 10 — 차가운 미장센으로 쌓아 올린, 현대 직장인에게 가장 소름 끼치는 악몽.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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