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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Review

나의 아저씨 | 어둠 속에서 서로의 빛이 된, 투박하고도 완전한 연대

출시일 2018년 3월 21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드라마
감독 김원석
회차 / 러닝타임 16회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초록뱀미디어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무채색의 하루를 견뎌내는 두 인간의 이야기였습니다. 건축구조기술사 박동훈(이선균)은 4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가정이 있었지만 그의 내면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이지아)의 외도는 그의 직장 상사와 얽혀 있었고,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묵묵히 버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성실해서 위태로운 어른이었습니다.

그의 삶에 스며든 것은 스물한 살의 파견직 사원 이지안(이지은)이었습니다. 지안의 삶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병든 할머니를 부양하고, 과거의 상처와 벗어날 수 없는 사채 빚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경멸로 가득 찬 그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고, 차가운 무표정으로 자신을 방어했습니다.

이야기는 동훈의 상사인 도준영(김영민)이 지안에게 동훈의 약점을 잡아오면 빚을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안은 동훈의 휴대폰에 도청장치를 심어 그의 모든 일상을 엿듣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비리의 증거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처럼 삶의 고단함에 신음하고, 형제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위로를 나누고, 그럼에도 타인에게 최소한의 선의를 베풀려는 한 인간의 고독한 숨소리였습니다.

도청을 통해 시작된 기묘한 관계는 점차 서로의 삶을 구원하는 연대로 발전했습니다. 동훈은 세상으로부터 지안을 지켜주는 든든한 ‘어른’이 되어주었고, 지안은 동훈의 곪아 터진 상처를 직시하게 만들고 그의 편이 되어주었습니다. 드라마는 이 두 사람이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어떻게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후암동이라는 정겨운 동네를 배경으로 묵직하고 따뜻하게 담아냈습니다.

잘된 것

<나의 아저씨>의 가장 큰 성취는 단연 박해영 작가의 각본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극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대신, 인물들의 일상과 대화, 침묵과 숨소리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 거대한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냈습니다. “행복하자”, “파이팅” 같은 공허한 위로 대신, “아무것도 아니야”, “너, 나 왜 좋아하는 줄 알아? 내가 불쌍해서 그래. 네가 나처럼 불쌍하니까”와 같은 날것의 대사들은 시청자의 마음을 정통으로 관통했습니다. 후암동 삼형제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이 어떻게 방패가 되어주는지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온기를 더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경지였습니다. 이선균은 삶의 피로와 선량함이 공존하는 박동훈이라는 인물을 목소리 톤, 구부정한 어깨, 깊은 한숨만으로 완벽하게 체화했습니다. 이지은(아이유)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고,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날카롭지만 내면의 슬픔을 눈빛 하나에 담아낸 이지안을 창조했습니다. 김원석 감독의 연출은 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특히 도청을 통해 지안이 동훈의 삶을 듣는 장면들은 소리만으로 한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탁월하게 시각화했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떠오른 건, 지안이 자신의 과오를 고백했을 때 동훈이 담담하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주던 장면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 순간의 무게는, 이 드라마가 전하려던 위로의 본질 그 자체였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이 드라마가 모두에게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초반부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관계 설정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도청이라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시작된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자칫 로맨스로 오해될 소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이를 인간 대 인간의 연대로 풀어냈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껄끄러움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이 매우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인물들이 처한 현실이 워낙 가혹하기에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시종일관 이어지는 침울한 분위기와 느린 호흡은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즐기려는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초반 몇 회차는 인물들의 고통을 전시하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져 감정적 소모가 컸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이선균 (Lee Sun-kyun) — 박동훈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건축구조기술사) / 대표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기생충
  • 이지은(아이유) (Lee Ji-eun) — 이지안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차가운 인물) / 대표작: 호텔 델루나, 브로커
  • 박호산 (Park Ho-san) — 박상훈 (동훈의 형,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중년의 남자) / 대표작: 슬기로운 감빵생활, 펜트하우스
  • 송새벽 (Song Sae-byeok) — 박기훈 (동훈의 동생,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형제들과 함께 청소방을 운영) / 대표작: 방자전, 나의 해방일지
  • 고두심 (Go Doo-shim) — 변요순 (삼형제의 어머니, 자식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가진 인물) / 국민배우로 불리며 수많은 작품에서 어머니상을 연기

감독

  • 김원석 — 미생(2014), 시그널(2016) 등 사회적 메시지와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연출로 매 작품 신드롬을 일으킨 감독.

이런 분께 추천

  • 인생의 쓴맛과 인간의 온기를 깊이 있게 다룬 드라마를 찾으시는 분
  •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명대사의 향연을 즐기고 싶으신 분
  • 팍팍한 현실에 지쳐 따뜻한 위로와 깊은 공감이 필요하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2 / 10 — 삶의 무게에 짓눌린 모든 ‘박동훈’과 ‘이지안’에게 건네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눈부시게 따뜻한 위로.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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