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즈데이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는 세상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감정 표현을 경멸하며, 어둠과 죽음을 예찬하는 소녀였습니다. 남동생 퍽슬리를 괴롭힌 수구부 학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영장에 피라냐 떼를 풀어버린 그는 결국 ‘노미(normie, 평범한 인간)’ 학교에서 퇴학당했습니다. 그의 부모 고메즈와 모티샤는 자신들의 모교이자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온갖 별종들이 모이는 기숙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웬즈데이를 강제 전학시켰습니다.
웬즈데이는 당연히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늑대인간 룸메이트 이니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학생들까지, 그의 취향과는 정반대인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탈출 계획을 세우던 웬즈데이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학교 근처 제리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숲속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이어졌고, 웬즈데이는 자신에게 갑자기 발현된 환영 능력을 통해 이 사건이 자신의 가문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이제 웬즈데이의 목표는 탈출에서 사건 해결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네버모어의 비밀을 파헤치고, 마을 보안관과 대립하며, 자신을 둘러싼 두 남학생 타일러와 제이비어 사이에서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괴물의 정체에 다가갔습니다. 학교와 마을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아담스 가문이 숨겨온 비밀이 드러나면서 웬즈데이는 자신이 네버모어에 오게 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야기는 웬즈데이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서툴게 배워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기괴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틀 안에 담아냈습니다. 매회 새로운 단서와 용의자가 등장하며 긴장감을 유지했고, 웬즈데이는 특유의 비상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의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잘된 것
가장 빛나는 것은 단연 주인공 ‘웬즈데이’ 그 자체였습니다. 배우 제나 오르테가는 원작 캐릭터의 정수를 완벽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왔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촬영 내내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는 일화처럼,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건조한 말투, 시니컬한 유머는 웬즈데이라는 캐릭터에 압도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첼로로 ‘Paint It Black’을 연주하는 장면이나 무도회장에서 선보인 독특한 춤사위는 오직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귀환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담스 패밀리’라는 소재는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고딕 양식 건축물,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크리처 디자인, 흑백과 강렬한 원색을 대비시키는 미장센은 팀 버튼 특유의 판타지 세계를 고스란히 펼쳐 보였습니다. 특히 웬즈데이의 흑백 세계와 룸메이트 이니드의 다채로운 색감이 한 방에서 충돌하는 모습은 두 캐릭터의 관계와 성장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표현한 연출이었습니다.
하이틴 성장 드라마와 미스터리 스릴러의 결합도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정과 갈등, 풋풋한 삼각관계는 장르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동시에 숲속 괴물의 정체를 쫓는 ‘후더닛(whodunit)’ 구조는 매회 시청자를 붙드는 강력한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두 장르의 균형을 통해 ‘아담스 패밀리’를 모르는 시청자까지 쉽게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아쉬운 것
캐릭터와 비주얼의 압도적인 매력에 비해, 정작 이야기의 핵심인 미스터리 서사는 다소 평이하고 예측 가능하게 흘러갔습니다. 초반에 던져진 떡밥과 단서들은 흥미로웠지만, 중반 이후 범인의 정체를 좁혀가는 과정은 장르적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떠오른 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무도회장에서 무표정하게 자신만의 춤을 추던 웬즈데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추리물로서가 아닌, 독보적인 캐릭터 드라마로서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메인 서사의 힘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웬즈데이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활용 방식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늑대인간 룸메이트 이니드는 웬즈데이의 성장을 돕는 사랑스러운 조력자로 제 몫을 다했지만, 두 남성 캐릭터 타일러와 제이비어는 웬즈데이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그웬돌린 크리스티가 연기한 윔스 교장처럼 흥미로운 배경을 가진 인물들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소모적으로 퇴장한 점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제나 오르테가 (Jenna Ortega) — 웬즈데이 아담스 (주인공,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새 전학생)
- 그웬돌린 크리스티 (Gwendoline Christie) — 라리사 윔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교장)
- 리키 린드홈 (Riki Lindhome) — 발레리 킨봇 박사 (웬즈데이의 심리 상담사)
- 제이미 맥셰인 (Jamie McShane) — 도노반 갤핀 (제리코 마을의 보안관)
- 헌터 두핸 (Hunter Doohan) — 타일러 갤핀 (보안관의 아들이자 웬즈데이와 얽히는 인물)
감독
- 팀 버튼 — 가위손, 유령 신부 등을 연출했으며, 기괴하고 몽환적인 미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비주얼과 고딕 감성을 좋아하시는 분
- 똑똑하고 냉소적인 여성 주인공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하이틴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5 / 10 — 제나 오르테가의 웬즈데이는 완벽했지만,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너무 평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