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도쿄의 낡고 비좁은 집, 이곳에 기묘한 한 가족이 모여 살았습니다.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의 연금에 기대어, 가장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아들 쇼타(죠 카이리)는 능숙한 솜씨로 마트에서 좀도둑질을 하며 생필품을 조달했습니다.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는 세탁 공장에서, 그녀의 동생 아키(마츠오카 마유)는 JK 비즈니스 업소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이들은 법과 제도의 바깥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오사무는 동네에서 홀로 떨고 있는 어린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유리의 몸에 선명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 가족은 아이를 차마 돌려보내지 못하고 함께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유리는 ‘린’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서툴지만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좁은 집은 여섯 식구로 북적였지만, 이들의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위태로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한 사건을 계기로 가족이 품고 있던 비밀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각자 과거에 저지른 일과 서로를 만나게 된 사연이 밝혀졌고, 사회의 법과 윤리는 이들의 유대를 ‘유괴’와 ‘사체 유기’라는 범죄로 규정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하며, 영화는 관객에게 ‘과연 무엇이 진짜 가족을 만드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잘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유대와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의 의미를 섬세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영화는 좀도둑질이나 연금 부정 수급 같은 범죄 행위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형성한 유사 가족의 온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연출과 핸드헬드 촬영은 이들의 고단한 삶을 과장 없이 현실적으로 그려냈고,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러한 성취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특히 릴리 프랭키와 안도 사쿠라는 철없어 보이지만 깊은 정을 가진 부모의 모습을 완벽하게 체화했습니다. 고(故) 키키 키린의 연기는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로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모든 것이 무너진 뒤 취조실에서 노부요가 처음으로 눈물을 터뜨리던 순간이었습니다.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며, 그녀가 아이들에게 가졌던 마음이 혈연을 넘어선 진짜 ‘모성’이었음을 증명하는 가슴 시린 명장면이었습니다. 이처럼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아쉬운 것
영화의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톤은 어떤 관객에게는 다소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전개 방식은, 속도감 있는 서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또한, 영화가 다루는 빈곤, 아동 학대, 범죄 등의 소재는 그 자체로 상당히 무겁고 불편한 감정을 유발했습니다. 감독은 이를 담담하게 묘사했지만, 관객에 따라서는 이들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판단과 감정적 이입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릴리 프랭키 (Lily Franky) — 시바타 오사무 (좀도둑질로 생계를 셔틀하는 가장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정한 아버지)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안도 사쿠라 (Sakura Ando) — 시바타 노부요 (가족의 실질적인 버팀목이자 강한 모성애를 지닌 인물) / 백엔의 사랑
- 마츠오카 마유 (Mayu Matsuoka) — 시바타 아키 (JK 비즈니스 업소에서 일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는 여성) / 멋대로 떨고 있어
- 키키 키린 (Kirin Kiki) — 시바타 하츠에 (연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할머니이자 이 공동체의 구심점) / 도쿄 타워
- 죠 카이리 (Kairi Jō) — 시바타 쇼타 (오사무를 따라 도둑질을 배우지만 점차 죄책감을 느끼는 소년)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현대 일본 사회 속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거장.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분
-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찾는 분
- 자극적인 전개보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2 / 10 — 혈연이라는 관습에 던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장 아프고 아름다운 질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