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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Review

무빙 | K-히어로물의 성공적 안착, 그러나 과유불급의 서사

출시일 2023년 8월 9일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장르 한국형 히어로물, 액션, 드라마
감독 박인제
회차 / 러닝타임 20부작
제작 스튜디오앤뉴, 미스터로맨스

무빙

무빙
© 디즈니플러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비밀을 간직한 아이들이 있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졌지만 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김봉석(이정하), 어떤 상처도 금세 회복하는 재생 능력을 가졌지만 그 때문에 늘 상처를 달고 사는 장희수(고윤정), 그리고 엄청난 속도와 힘을 지녔지만 늘 감정을 억누르는 이강훈(김도훈). 이들은 각자의 부모로부터 능력을 절대로 드러내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갔다.

평화롭던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의문의 암살자 ‘프랭크'(류승범)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미국 CIA의 지령을 받고, 과거 국가를 위해 일했던 은퇴한 초능력자들을 찾아내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프랭크의 무자비한 살행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부모 세대가 과거 안기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비극적인 운명에 얽혔던 사실이 서서히 드러났다.

위협이 점차 아이들에게까지 향하자, 돈가스 가게 사장, 치킨집 사장 등 평범한 소시민으로 위장해 살아가던 부모들은 더 이상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장주원(류승룡), 이미현(한효주), 김두식(조인성), 이재만(김성균) 등 과거의 ‘괴물’들은 녹슨 능력을 다시 꺼내 들어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싸움을 준비했다. 드라마는 현재 아이들이 마주한 위협과, 과거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사랑과 배신, 그리고 희생의 서사를 교차하며 거대한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나갔다.

잘된 것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성공적인 답변 중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소재를 지극히 한국적인 ‘가족’과 ‘정’의 서사로 녹여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단연 ‘가족애’였습니다. 특히 이미현(한효주)이 아들 봉석의 능력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려 끊임없이 음식을 먹이던 장면은,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설정 위에 가장 현실적이고 절절한 모성애를 쌓아 올린,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동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액션과 시각효과의 완성도 역시 훌륭했습니다. 김두식의 비행 장면은 자유로움과 애틋함을 동시에 담아냈고, 장주원의 재생 능력을 활용한 처절한 액션은 할리우드 히어로물과는 다른 질감의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후반부 학교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는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연출하여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20부작이라는 긴 호흡 동안에도 시각적 완성도는 꾸준히 유지되었고, 이는 디즈니플러스의 대규모 투자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등 베테랑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는 물론, 이정하, 고윤정 등 신예 배우들의 신선한 에너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었습니다. 각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서사를 완벽히 소화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이들의 앙상블은 자칫 흩어질 수 있는 방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아쉬운 것

다만 20부작이라는 분량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습니다. 초반부 아이들의 서사와 프랭크의 등장이 만들어낸 팽팽한 긴장감은, 중반부 부모 세대의 과거 서사가 길게 이어지면서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각 인물의 감정선을 쌓아 올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거의 멈춘 채 몇 주에 걸쳐 과거 회상에만 집중한 탓에 일부 시청자에게는 피로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서사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조금 더 압축적인 전개가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한, 초반부 미스터리한 위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암살자 ‘프랭크’가 퇴장한 이후, 후반부를 책임진 북한 초능력자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들의 등장은 서사를 남과 북의 대결이라는 익숙한 구도로 회귀시켰고, 그 과정에서 초반부가 쌓아 올렸던 인물 개개인의 절박함과 애틋함이 다소 희석된 인상을 주었습니다. 조금 더 입체적이고 강력한 후반부 빌런이 있었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한 단계 더 높아졌을 것입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류승룡 (Ryu Seung-ryong) — 장주원 (어떤 상처도 빠르게 회복하는 재생 능력을 가진 전직 안기부 요원. ‘괴물’이라 불렸던 과거를 숨기고 치킨집을 운영하며 딸 희수를 지키려 한다) / 대표작: 극한직업, 킹덤
  • 한효주 (Han Hyo-joo) — 이미현 (초인적인 오감을 지닌 전직 안기부 엘리트 요원. 남편 김두식을 잃고 아들 봉석을 지키기 위해 돈가스 가게를 운영한다) / 대표작: 뷰티 인사이드, 감시자들
  • 조인성 (Zo In-sung) — 김두식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비행 능력을 가진 최정예 블랙 요원. 임무 중 만난 미현과 사랑에 빠지지만 비극적 사건에 휘말린다) / 대표작: 비열한 거리, 안시성
  • 이정하 (Lee Jung-ha) — 김봉석 (아버지의 비행 능력과 어머니의 초인적 오감을 물려받았지만, 능력을 숨기며 살아가는 순수한 고등학생)
  • 고윤정 (Go Youn-jung) — 장희수 (아버지의 재생 능력을 물려받은 체대 입시생.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성격의 소유자)

감독

  • 박인제 — 킹덤 시즌 2, 특별시민 등을 연출한 감독. 장르물의 긴장감과 인물의 감정선을 조화롭게 연출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이런 분께 추천

  • 화려한 액션보다 인물들의 감정선과 서사를 중시하는 분
  •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을 감명 깊게 읽으신 분
  •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탄탄한 연기 앙상블을 즐기고 싶은 분
  • 다소 긴 호흡의 시리즈를 차분히 따라갈 자신이 있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2 / 10 — 한국형 히어로 서사의 성공적인 이정표, 다만 긴 호흡을 견뎌야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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