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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반게리온 | 세기의 걸작인가, 불친절한 문제작인가 — 25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에반게리온 | 세기의 걸작인가, 불친절한 문제작인가 — 25년이 지나도 유효한 질문

    출시일
    2019년 6월 21일 (넷플릭스)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일본 애니메이션, SF, 메카, 드라마
    감독
    안노 히데아키
    회차 / 러닝타임
    26회
    제작
    GAINAX, 타츠노코 프로덕션

    에반게리온

    에반게리온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서기 2015년, ‘세컨드 임팩트’라는 미증유의 대재앙으로 인류의 절반이 소멸한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됐습니다. 폐허 위에서 간신히 재건된 제3신동경시에 정체불명의 거대 생명체 ‘사도’가 침공해왔고, 인류는 마지막 희망인 범용인간형 결전병기 ‘에반게리온’으로 이에 맞섰습니다. 이 거대한 서사의 중심에는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의절했던 아버지이자 특무기관 네르프(NERV)의 총사령관인 이카리 겐도의 부름을 받고 제3신동경시를 찾은 신지는, 도착하자마자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이 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훈련도, 마음의 준비도 없이 탑승한 에바에서 그는 자신을 죽이려 드는 사도와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지는 또 다른 파일럿인 수수께끼의 소녀 아야나미 레이, 활달하고 자존심 강한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와 만나 관계를 맺었습니다.

    사도와의 전투는 회를 거듭할수록 격렬해졌고, 파일럿들의 정신은 극한으로 내몰렸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로봇 액션을 넘어 소년 소녀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상처와 고독, 불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에반게리온과 사도의 정체, 그리고 네르프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인류보완계획’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작품은 인류의 존재와 구원에 대한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잘된 것

    무엇보다 <에반게리온>은 ‘거대 로봇물’이라는 장르 자체를 해체하고 재정의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전의 메카물들이 로봇의 강력함과 파일럿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했다면, 이 작품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에반게리온은 파일럿의 정신과 고통을 동력으로 삼는 끔찍한 병기였고, 파일럿들은 영광이 아닌 트라우마와 싸워야 했습니다. 로봇에 탑승하는 행위가 구원이 아닌 고통의 시작이라는 설정은, 당시 장르의 문법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도망치려 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아스카의 과시적인 자신감 이면에 숨겨진 애정 결핍, 레이의 텅 빈 듯한 눈동자에 담긴 존재론적 고뇌 등, 모든 주요 인물은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이들의 불안정한 내면을 의식의 흐름 기법, 극단적인 클로즈업, 긴 정적, 추상적인 이미지의 나열 등 과감한 연출로 시각화하며 시청자를 인물들의 고통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작품 전반에 흩뿌려진 종교적, 철학적 상징 또한 <에반게리온>을 단순한 애니메이션 이상의 텍스트로 만들었습니다. 사도의 이름부터 생명의 나무, 롱기누스의 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징들은 작품에 깊이를 더했고,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무수한 해석과 토론을 낳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유하고 분석하는 즐거움을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이 작품이 모두에게 친절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논란은 역시 TV판 마지막 두 편(25, 26화)에 있었습니다. 외부의 서사를 거의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주인공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파격적인 전개는, 당시 제작 환경의 한계와 감독의 의도가 결합된 결과물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결말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모든 인물이 주인공에게 ‘축하해’라고 박수를 보내는 마지막 장면은, 서사를 포기한 감독의 자기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혹은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자신을 긍정하라는 처절한 외침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극단적인 마무리는 작품을 향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야기 중반부의 전개 방식 역시 다소 정형화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도가 등장하고, 파일럿들이 고전 끝에 물리치는 ‘에피소드 오브 더 위크’ 구조가 반복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서사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각 전투는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피로감을 느꼈다는 평가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오가타 메구미 (Megumi Ogata) — 이카리 신지 (에반게리온 초호기 파일럿, 작품의 주인공)
    • 하야시바라 메구미 (Megumi Hayashibara) — 아야나미 레이 (에반게리온 0호기 파일럿,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녀)
    • 미야무라 유코 (Yuko Miyamura) —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에반게리온 2호기 파일럿, 활발하고 자존심 강한 성격)
    • 미츠이시 코토노 (Kotono Mitsuishi) — 카츠라기 미사토 (특무기관 네르프 작전부장, 신지의 보호자)
    • 타치키 후미히코 (Fumihiko Tachiki) — 이카리 겐도 (특무기관 네르프 총사령관, 신지의 아버지)

    감독

    • 안노 히데아키 —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 고질라 등을 연출했습니다. 기존 장르의 문법을 해체하고 인물의 내면 심리 묘사에 집중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단순한 오락을 넘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찾으시는 분
    • 인물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파고드는 어두운 드라마를 선호하시는 분
    •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작품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
    • 다소 불친절하더라도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끝까지 따라갈 준비가 되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8 / 10 — 시대를 초월한 걸작의 무게, 그리고 기꺼이 감당해야 할 불친절함.

  • 너의 이름은. | 혜성은 떨어졌고, 신카이 마코토는 떠올랐다

    너의 이름은. | 혜성은 떨어졌고, 신카이 마코토는 떠올랐다

    출시일
    2017년 1월 4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애니메이션, 로맨스, 판타지
    감독
    신카이 마코토
    회차 / 러닝타임
    107분
    제작
    코믹스 웨이브 필름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도쿄의 번잡한 일상에 익숙한 남고생 ‘타키’와, 산골 마을 이토모리의 신사 집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여고생 ‘미츠하’. 아무런 접점도 없던 두 사람은 어느 날부터인가 잠에서 깨면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기이한 현상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서로의 휴대폰에 일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소통하며 상대방의 삶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타키는 미츠하의 몸으로 촌스러운 시골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미츠하는 타키의 몸으로 짝사랑하던 선배와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등, 둘의 기묘한 동거는 풋풋한 낭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묘한 교감은 어느 날 예고 없이 멈췄습니다.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자 타키는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에 휩싸였고, 기억에 의존해 그린 이토모리 마을의 풍경 스케치 한 장을 들고 무작정 미츠하를 찾아 나섰습니다. 수소문 끝에 마침내 도착한 이토모리 마을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미츠하가 살던 마을은 3년 전, 지구에 근접했던 혜성의 파편이 떨어져 통째로 사라졌고, 미츠하를 포함한 수많은 주민이 그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경험한 몸 바뀜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3년의 시차를 뛰어넘은 시공간의 교차였던 것입니다. 모든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타키는 혜성 충돌이라는 끔찍한 운명으로부터 미츠하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소년 소녀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잊혀 가는 기억과 정해진 운명에 맞서는 거대한 서사로 전환되며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잘된 것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기인 압도적인 영상미는 이 작품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빛의 작가’라는 별명에 걸맞게, 도쿄의 삭막한 빌딩 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부터 이토모리 호수의 잔잔한 물결에 비친 별무리까지, 모든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실사보다 더 실사 같은 배경에 캐릭터의 감정을 녹여내는 연출은, 판타지적 설정을 관객이 온전히 믿고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는 듯한 작화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단순한 몸 바뀜 로맨스로 시작해 시공을 초월한 재난 서사로 변주하는 각본의 힘 역시 뛰어났습니다. 초반부의 유쾌한 에피소드들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쌓게 한 뒤, 3년의 시간차라는 충격적인 반전을 통해 장르의 문법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이 영리한 구조는 관객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 지적인 쾌감까지 안겨줬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황혼의 시간(카타와레도키)에 두 사람이 시공을 넘어 마침내 마주하는 순간이었는데, 애틋함과 절박함이 공존하는 그 짧은 만남은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영화의 주제를 완벽하게 함축했습니다.

    음악의 활용 또한 탁월했습니다.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가 만든 OST는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또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했습니다. 주요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전전전생(前前前世)’, ‘스파클(スパークル)’ 등의 곡들은 영상과 완벽하게 맞물려 감정선을 폭발시켰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을 길게 이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운 것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지는 과정에서 일부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미츠하의 친구인 테시가와라와 사야카, 타키가 짝사랑하던 오쿠데라 선배 등은 이야기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들의 내면 묘사나 동기는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이들은 주인공들의 서사를 보조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렀고,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축되었다면 서사의 깊이가 한층 더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후반부 재난을 막는 과정은 감정적인 호소력은 강했지만, 개연성의 측면에서는 다소都合(つごう)가 좋은 전개에 기댄 면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기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해결 방식은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관객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감동적인 결말을 위해 서사적 논리를 일정 부분 희생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카미키 류노스케 (Ryunosuke Kamiki) — 타치바나 타키 (도쿄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건축에 관심이 많다)
    • 카미시라이시 모네 (Mone Kamishiraishi) — 미야미즈 미츠하 (시골 마을 신사의 무녀로, 도쿄 생활을 동경한다)
    • 나가사와 마사미 (Masami Nagasawa) — 오쿠데라 미키 (타키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선배로, 세련되고 어른스럽다)
    • 나리타 료 (Ryo Narita) — 테시가와라 카츠히코 (미츠하의 절친한 친구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 이치하라 에츠코 (Etsuko Ichihara) — 미야미즈 히토하 (미츠하의 할머니이자 신사의 궁사로, 이야기의 비밀을 알고 있다)

    감독

    • 신카이 마코토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통해 실사보다 아름다운 배경 작화와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서정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서정적인 영상미를 사랑하시는 분
    • 애틋하고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
    •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시간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에 끌리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8 / 10 — 아름다운 비주얼과 애틋한 서사가 만나 탄생한, 세대를 초월한 애니메이션의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