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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 | 죽음마저 삶으로 끌어안은 픽사의 가장 다정한 위로

    출시일 2018년 1월 11일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모험, 음악
    감독 리 언크리치
    회차 / 러닝타임 105분
    제작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픽처스

    코코

    코코
    © 디즈니플러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멕시코의 작은 마을, 리베라 가문에는 대대로 음악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떠난 고조할아버지의 상처가 수 세대에 걸쳐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집안의 소년 미겔은 달랐습니다. 그는 숨어서 기타를 연습하고,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우상으로 삼으며 음악가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일 년에 단 하루, 죽은 자들의 영혼이 이승의 가족을 찾아온다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 미겔은 마을 경연 대회에 나가기 위해 델라 크루즈의 영묘에 잠입해 그의 기타에 손을 댔습니다. 그 순간, 미겔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해골들이 마리골드 꽃길을 건너 축제를 즐기는,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고 생명력 넘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승으로 돌아갈 방법은 단 하나, 해가 뜨기 전까지 조상의 축복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미겔은 그곳에서 돌아가신 가족들을 만나지만,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서야 축복을 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미겔은 축복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짜 고조할아버지일 것이라 믿는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여정에서 그는 정체불명의 해골 헥토르를 만나 동행하게 되면서, 리베라 가문에 얽힌 오래된 비밀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잘된 것

    ‘코코’는 픽사가 ‘가족’과 ‘기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얼마나 깊이 있고 아름답게 다룰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멕시코의 전통 명절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단순한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한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핵심 철학을 서사의 중심축으로 가져왔습니다. 이승의 제사상에 사진이 없으면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건너오는 다리를 건널 수 없고, 이승에서 자신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사라지면 영원히 소멸한다는 설정은 ‘죽음’과 ‘잊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며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시청각적 경험 역시 압도적이었습니다. 주황색 마리골드 꽃잎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다리, 형형색색의 영혼 안내자 ‘알레브리헤’, 불빛이 도시 전체를 수놓은 죽은 자들의 세상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미장센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음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Remember Me(기억해 줘)’는 극의 전개에 따라 흥겨운 쇼의 주제가에서 애틋한 자장가로 변주되며, 같은 멜로디가 상황과 감정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탁월하게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감정적 짜임새가 뛰어났습니다. 초반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가족의 반대라는 단순한 갈등 구조로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세대를 관통하는 오해와 상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모든 복선이 회수되고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감정적 폭발력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력했으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쉬운 것

    이야기의 감동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반전 구조는 다소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머물렀습니다. 선량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던 인물이 사실은 모든 비극의 원흉이었다는 설정은 디즈니와 픽사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종종 사용되었던 익숙한 장치였습니다. 때문에 서사의 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중반부 이후의 전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고, 이 점은 스릴러적 긴장감을 다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익숙한 플롯의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마마 코코 앞에서 미겔이 떨리는 손으로 기타를 치며 ‘기억해 줘’를 부르던 장면이었습니다. 그 순간, 영화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서사를 넘어, 잊혀가는 기억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한 가족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승화되었습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코코’는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안소니 곤잘레스 (Anthony Gonzalez) — 미겔 리베라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12살 소년)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Gael García Bernal) — 헥토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미겔의 여정을 돕는 유쾌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해골)
    • 벤자민 브랫 (Benjamin Bratt) —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 (미겔이 존경하는 멕시코 최고의 전설적인 가수)
    • 알라나 우바치 (Alanna Ubach) — 마마 이멜다 (음악을 금지시킨 리베라 가문의 단호하고 강인한 고조할머니)
    • 아나 오펠리아 머기아 (Ana Ofelia Murguía) — 마마 코코 (미겔의 증조할머니이자, 영화의 제목이 된 핵심 인물)

    감독

    • 리 언크리치 (Lee Unkrich) — 토이 스토리 3, 몬스터 주식회사(공동 감독) 등을 연출한 픽사의 핵심 스토리텔러. 유머와 감동을 아우르며 전 세대의 공감을 자아내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픽사 애니메이션이 선사하는 따뜻한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으신 분
    •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를 찾으시는 분
    • 화려한 영상미와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을 선호하시는 분
    •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마음을 정화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9 / 10 —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피어난, 삶을 향한 가장 눈부신 찬가.

  • 위플래쉬 | 광기와 재능의 아슬아슬한 경계, 그 지독한 합주

    위플래쉬 | 광기와 재능의 아슬아슬한 경계, 그 지독한 합주

    출시일 2014년 10월 10일
    플랫폼 쿠팡플레이
    장르 드라마, 음악
    감독 데이미언 셔젤
    회차 / 러닝타임 106분
    제작 Bold Films, Blumhouse Productions, Right of Way Films

    위플래쉬

    위플래쉬
    © 쿠팡플레이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원에 재학 중인 앤드류 네이먼(마일즈 텔러)은 버디 리치 같은 전설적인 드러머가 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홀로 연습실에 남아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고, 그 재능과 열정은 학교 내 최고의 권력자이자 스튜디오 밴드의 지휘자인 테렌스 플레처(J.K. 시몬스) 교수의 눈에 띄었습니다. 앤드류는 꿈에 그리던 플레처의 밴드에 합류하는 영광을 얻었지만, 그곳은 천국이 아닌 지옥의 문이었습니다.

    플레처는 완벽한 연주, 그가 말하는 ‘위대함’을 위해서라면 학생에게 가하는 모든 종류의 학대를 정당화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박자를 놓쳤다는 이유로 의자를 집어 던지고, 뺨을 때렸으며, 가족사를 들먹이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앤드류는 그의 광기 어린 교육 방식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지만, 동시에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고가 되겠다는 집착은 앤드류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켰습니다. 그는 드럼 연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연인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도 거리를 뒀습니다.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도 드럼 스틱을 놓지 않았고, 교통사고를 당한 몸으로 피를 흘리며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스승의 채찍질 아래 점점 더 광기에 잠식되어 가는 제자의 모습을 통해, 재능과 노력, 그리고 집착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잘된 것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J.K. 시몬스가 연기한 ‘테렌스 플레처’라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학생의 재능을 칭찬하다가도, 눈 깜짝할 사이에 폭언을 퍼붓는 괴물로 돌변했습니다. 그의 광기는 예측 불가능했고,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J.K. 시몬스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연출 또한 음악 영화의 외피를 쓴 한 편의 완벽한 스릴러였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두 인물의 심리적 대결을 속도감 넘치는 편집과 집요한 클로즈업으로 담아냈습니다. 드럼 심벌에 튀는 땀방울, 스틱을 쥔 손에서 흐르는 피, 서로를 꿰뚫을 듯 노려보는 눈빛을 숨 막히게 포착하며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단연 마지막 ‘카라반’ 연주 장면이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드럼 스틱과 눈빛만이 오가는 그 순간은 단순한 카타르시스가 아니었습니다. 스승의 인정을 받은 제자의 탄생이 아니라, 창조주가 피조물의 광기를 확인하고 희열을 느끼는 섬뜩한 공감의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쉬운 것

    두 인물의 대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나머지, 주변 인물들은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앤드류의 연인 ‘니콜’은 그의 광기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 후 쉽게 퇴장했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짐 네이먼’ 역시 아들의 폭주를 지켜보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의 세계는 오직 연습실과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의 결말은 ‘예술적 성취를 위해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남긴 채 끝납니다. 플레처의 방식이 결국 앤드류를 ‘위대함’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듯한 마무리는, 과정의 폭력성을 미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물론 감독이 이를 긍정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 광기 어린 성공이 주는 쾌감 때문에 비판적인 시선이 무뎌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마일즈 텔러 (Miles Teller) — 앤드류 네이먼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광기에 잠식되어 가는 음대생) / 탑건: 매버릭, 판타스틱 4
    • J.K. 시몬스 (J.K. Simmons) — 테렌스 플레처 (완벽을 위해 학생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폭군 교수) / 스파이더맨 시리즈, 주노
    • 폴 라이저 (Paul Reiser) — 짐 네이먼 (아들의 열정을 지지하지만 그의 광기를 걱정하는 아버지)
    • 멜리사 베노이스트 (Melissa Benoist) — 니콜 (앤드류가 성공을 위해 포기하는 연인) / 슈퍼걸

    감독

    • 데이미언 셔젤 (Damien Chazelle) — 음악과 인간의 열망, 광기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담아내는 연출가. 이 작품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라라랜드, 퍼스트맨 등을 연출하며 할리우드의 핵심 감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심리 스릴러를 선호하시는 분
    • 음악 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싶으신 분
    • 인간의 열정과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8 / 10 — 재능을 위해 영혼을 파는 연주, 그 광기 어린 클라이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