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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마이 카 | 상실의 터널을 통과하는 3시간의 고요한 여정

    출시일
    2021년 12월 23일
    플랫폼
    웨이브
    장르
    드라마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회차 / 러닝타임
    179분
    제작
    C&I Entertainment, Culture Entertainment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
    © 웨이브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가후쿠 유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시나리오 작가인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와 깊은 사랑과 창작의 영감을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그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도 이를 묻어둔 채 위태로운 일상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아내는 지주막하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가후쿠는 아내의 비밀과 자신의 침묵이 남긴 상실감 속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 연극제에 초청되어 연극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게 됐습니다. 그는 늘 자신의 붉은색 사브 900을 직접 몰며 아내가 녹음한 대본 테이프를 듣는 습관이 있었지만, 연극제 측의 규정에 따라 전속 운전사를 배정받았습니다. 그렇게 과묵하고 무표정한 젊은 여성 운전사 와타리 미사키(미우라 토코)가 그의 차 운전대를 잡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동행이었지만, 매일 차 안에서 반복되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가후쿠는 차 안에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과거를 곱씹었고, 미사키는 묵묵히 그 시간을 지켜줬습니다. 한편 가후쿠는 연극의 주요 배역에 아내의 옛 연인이었던 젊은 배우 다카츠키 고지(오카다 마사키)를 캐스팅하며, 외면했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닫힌 차 문 안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꺼내 보이며 더딘 치유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잘된 것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3시간에 달하는 장편 영화로 확장하면서도, 원작의 정수를 잃지 않는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영화는 상실, 소통의 부재, 죄책감, 그리고 치유라는 무거운 주제를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담아냈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는 물론, 그들의 침묵과 시선,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에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새겨 넣어 관객이 인물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배신감, 그리고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에 대한 후회를 억누르는 가후쿠의 복잡한 내면을 미세한 표정 변화와 절제된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미우라 토코 역시 대사 없이도 눈빛과 운전하는 손짓만으로 자신만의 상처를 짊어진 미사키의 단단함과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했습니다. 특히 한국인 수어 연기자 이유나(박유림)를 포함한 다국적 배우들이 각자의 언어로 연기하는 연극 장면은, 언어를 넘어선 소통과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의 핵심적인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인 붉은색 사브 900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고해성사이자 상처받은 영혼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됐습니다. 좁고 폐쇄된 차 안에서 가후쿠와 미사키는 비로소 세상과 분리되어 솔직해질 수 있었고, 이는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극중극으로 활용한 점 역시 탁월했습니다. 희곡의 대사들은 등장인물들의 현실과 겹쳐지며 그들의 고통을 대변했고, 삶을 계속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이야기하며 묵직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17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관객에 따라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느린 속도를 유지하며 감정을 쌓아 올리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는 서사 방식은 그 깊이만큼이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가후쿠와 미사키의 서사가 깊어지는 동안, 아내의 옛 연인 다카츠키의 역할은 다소 기능적으로 소모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는 가후쿠가 과거의 진실에 다가서게 하는 중요한 열쇠였지만, 그의 내면이나 행동의 동기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퇴장을 맞았습니다. 이로 인해 이야기의 한 축이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청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인물들이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멀리 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미사키가 눈 덮인 고향의 폐허에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고백하고 가후쿠가 그녀를 안아주는 장면은, 그들의 연대가 너무나 절실했기에 오히려 그 이전까지의 긴 침묵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인물들의 고통을 극대화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함을 자아내는 요소였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니시지마 히데토시 (Hidetoshi Nishijima) — 가후쿠 유스케 (아내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사는 연극 연출가)
    • 미우라 토코 (Toko Miura) — 와타리 미사키 (과묵하지만 깊은 상처를 지닌 가후쿠의 전속 운전사)
    • 오카다 마사키 (Masaki Okada) — 다카츠키 고지 (가후쿠 아내의 비밀과 연관된 젊은 배우)
    • 키리시마 레이카 (Reika Kirishima) — 가후쿠 오토 (비밀을 간직한 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후쿠의 아내)
    • 박유림 (Park Yu-rim) — 이유나 (한국인 수어 연극 배우)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아사코, 우연과 상상 등을 연출했습니다. 인물 간의 복잡한 내면과 관계를 긴 호흡과 섬세한 연출로 담아내는 데 탁월한,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일본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긴 호흡의 예술 영화를 차분히 감상하는 것을 즐기시는 분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시는 분
    • 상실과 치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서사를 찾으시는 분
    • 침묵과 여백이 주는 영화적 울림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9 / 10 — 상실의 아픔을 정직하게 응시하며, 기어코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