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이야기는 스페인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 ‘라스 엔시나스’에 세 명의 노동자 계층 학생들이 전학 오면서 시작됐습니다. 다니던 공립학교가 부실공사로 붕괴되자, 건설사의 지원으로 상류층 자제들만 다니는 이 학교에 오게 된 사무엘, 나디아, 크리스티안. 그들의 등장은 완벽해 보였던 라스 엔시나스의 견고한 계급 질서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기존의 학생들은 이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경계했지만,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두 세계는 이내 위험한 관계로 얽혀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학생 사무엘은 학교의 문제아이자 재벌의 딸인 마리나에게 순수한 호기심 이상의 감정을 느꼈고,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모범생 나디아는 학교의 제왕처럼 군림하는 구스만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우정과 사랑, 질투와 배신이 뒤섞이며 이들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졌습니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서사 구조에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한 학생이 수영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현재’와, 전학생들이 온 첫날부터 살인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모든 학생을 한 명씩 심문했고, 그들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감춰졌던 비밀과 거짓말이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모두가 용의자였고,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잘된 것
시청 내내 제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물들의 어두운 내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감각적인 미장센이었습니다. 특히 수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파티 장면들은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음악 속에서 10대들의 위태로운 욕망과 질투를 선명하게 포착하며, 단순한 하이틴 드라마를 넘어선 스타일리시한 스릴러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비주얼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플롯과 맞물려 엄청난 중독성을 자아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은 시청자가 끊임없이 다음 단서를 궁금하게 만들었고, 매회 엔딩에 배치된 충격적인 반전은 ‘정주행’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됐습니다.
단순한 막장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스페인 사회의 계급,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 민감한 이슈를 10대들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담아낸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각 캐릭터는 평면적인 악역이나 선역으로 규정되지 않았습니다. 부유하지만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구스만,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디아, 모든 걸 가졌지만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했던 마리나 등 입체적으로 설계된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동기를 지니고 행동했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이들의 파격적인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 기저에 깔린 불안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
하지만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개연성은 종종 길을 잃었습니다.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선은 지나치게 즉흥적으로 변하거나 설득력이 부족하게 그려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반부를 넘어서며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기보다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물이 서로 비밀을 갖고 배신을 거듭하는 구조는 초반의 흥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현재 시점의 경찰 심문 장면은 극의 미스터리를 이끌어가는 핵심 장치였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다소 반복적인 패턴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심문 → 과거 회상 → 새로운 사실 폭로’의 구조가 예측 가능해지면서 초반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조금 더 치밀한 심리 묘사나 사건의 인과관계를 쌓아 올렸다면, 단순한 자극을 넘어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마리아 페드라사 (María Pedraza) — 마리나 누니에르 오수나 (살인 사건의 피해자이자 이야기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인물)
- 이찬 에스카미야 (Itzan Escamilla) — 사무엘 가르시아 도밍게스 (라스 엔시나스로 전학 온 평범한 학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함)
- 미겔 베르나르도 (Miguel Bernardeau) — 구스만 누니에르 오수나 (마리나의 오빠이자 학교의 인기인. 오만하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님)
- 미나 엘 함마니 (Mina El Hammani) — 나디아 샤나 (보수적인 무슬림 가정 출신의 모범생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음)
- 에스테르 엑스포시토 (Ester Expósito) — 카를라 로손 칼레루에가 (후작 가문의 딸로, 차갑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비밀을 간직한 인물)
감독
- 라몬 살라사르, 다니 데 라 오르덴 —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명성이 높은 감독들입니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긴장감 넘치는 화면에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의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시는 분
- 스페인 특유의 강렬하고 파격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
-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결합된 하이틴 장르를 찾으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2 / 10 — 자극의 쾌락은 확실하지만, 깊이를 논하기엔 얕은 스릴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