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조선에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났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알현하려 했지만, 어린 계비 조씨(김혜준)와 그녀의 아버지이자 영의정인 조학주(류승룡) 일파가 굳게 궁문을 막아섰습니다. 왕의 병세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아버지를 보려던 세자는 오히려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창은 왕의 병을 마지막으로 진료했던 의원을 찾아 남쪽 끝 동래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소문이 아닌, 끔찍한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정체불명의 역병에 감염되어 인육을 탐하는 끔찍한 괴물, 즉 ‘생사역’으로 변해버린 참상이었습니다. 역병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퍼져나갔고, 생사역들은 해가 지면 더욱 빠르고 포악해져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위협했습니다.
지옥으로 변한 땅에서 이창은 역병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의녀 서비(배두나)와 정체불명의 총잡이 영신(김성규), 그리고 충직한 호위무사 무영(김상호)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한편, 한양의 조학주 세력은 역병을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할 기회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창은 눈앞의 괴물들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을 옥죄는 정치적 음모에도 맞서야 했습니다. <킹덤>은 역병으로 무너진 조선에서 왕세자가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분투를 담아낸,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선 정치 스릴러이자 시대의 아픔을 담은 사극이었습니다.
잘된 것
<킹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조선’이라는 정적인 공간과 ‘좀비’라는 동적인 장르의 충돌을 완벽하게 시각화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갓과 도포를 입은 선비들이 피를 튀기며 달려드는 좀비 떼와 맞서는 장면은 그 자체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순히 동서양의 문화를 기계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조선 시대의 계급 갈등, 굶주림, 권력 투쟁이라는 사회적 맥락 위에 역병이라는 재난을 얹어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회당 2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는 스크린을 압도하는 영상미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터널>과 <끝까지 간다>에서 보여줬던 장르적 쾌감을 6부작 시리즈에 성공적으로 이식했습니다. 특히 생사역들의 움직임은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관절이 꺾이는 듯한 기괴한 몸짓과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속도감은 공포를 극대화했고, 이는 ‘K-좀비’라는 새로운 장르적 관습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팽팽하게 전개됐습니다. 한 축이 생사역과의 생존 싸움이라면, 다른 한 축은 조학주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과의 정치적 암투였습니다. 전자가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육체적 공포를 담당했다면, 후자는 인간의 탐욕이 역병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이 두 서사를 매끄럽게 엮어낸 각본의 힘 덕분에 <킹덤>은 단순한 크리처물을 넘어 품격 있는 장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
이야기의 속도감이 워낙 빨랐던 탓에 일부 캐릭터의 서사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조학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악역이었지만, 그의 동기는 권력욕이라는 단일한 목표에만 머물러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했습니다. 의녀 서비 역시 역병의 비밀을 푸는 핵심 열쇠 역할을 수행했지만, 한 명의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고뇌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습니다.
이처럼 숨 가쁜 전개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작품에서 유독 잊히지 않는 것은 동래 지율헌의 마루 밑에서 굶주린 시신들이 생사역으로 되살아나던 장면이었는데, 이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버림받은 백성의 원한이 역병이라는 형태로 폭발하는 사회적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상징을 품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몇몇 인물들의 서사가 기능적으로만 소모된 점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주지훈 (Ju Ji-hoon) — 이창 (역모로 몰린 왕세자. 백성을 구하기 위해 역병과 정적에 맞선다)
- 류승룡 (Ryu Seung-ryong) — 조학주 (조선의 실질적인 권력자이자 영의정. 자신의 권력을 위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 배두나 (Bae Doona) — 서비 (역병의 비밀을 파헤치는 의녀.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사태의 본질에 접근한다)
- 김상호 (Kim Sang-ho) — 무영 (왕세자 이창의 충직한 호위무사.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다)
- 김성규 (Kim Sung-kyu) — 영신 (정체불명의 총잡이. 뛰어난 전투 능력으로 이창 일행에게 힘이 된다)
감독
- 김성훈 — 영화 터널, 끝까지 간다 등을 연출하며 장르물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감독. 첫 드라마 시리즈 연출임에도 영화적 스케일과 속도감을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조선 시대 배경의 독특한 스릴러를 찾으시는 분
- 빠른 전개와 심장 쫄깃한 긴장감을 선호하시는 분
- 정치 사극과 좀비 아포칼립스의 신선한 조합이 궁금하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7.9 / 10 — 가장 한국적인 배경으로 가장 세계적인 장르물을 빚어낸, K-좀비의 기념비적인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