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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쿠지로의 여름 | 어른의 가면을 벗자 비로소 보였던, 서툰 위로의 여정

    출시일 1999년 6월 5일
    플랫폼 웨이브
    장르 드라마, 코미디, 로드 무비
    감독 기타노 다케시
    회차 / 러닝타임 121분
    제작 Office Kitano, Bandai Visual, Tokyo FM, Nippon Herald Films

    기쿠지로의 여름

    기쿠지로의 여름
    © 웨이브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아홉 살 소년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가족과 함께 바다로, 산으로 떠났고, 텅 빈 동네에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진 마사오는 외로움에 잠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랍 깊숙한 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의 사진과 주소가 적힌 낡은 엽서를 발견한 마사오는, 무작정 엄마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이런 마사오가 안쓰러워 자신의 남편에게 아이를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마사오의 보호자로 나선 남자는 바로 전직 야쿠자 출신의 철없는 백수,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였습니다. 그는 여행 경비로 받은 돈을 곧장 경륜 도박에 탕진하며 시작부터 마사오를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른스럽고 과묵한 아이와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어른,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기묘한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들의 여정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택시를 훔쳐 타다 경찰에 쫓기고, 호텔에서는 기행을 일삼으며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난 괴짜 같지만 마음 따뜻한 사람들—친절한 뚱보 바이커 아저씨(그레이트 기다유)와 방랑 시인(이마무라 네즈미)—의 도움으로 여행은 그럭저럭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마사오를 끌고 다니던 기쿠지로도 점차 아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도착한 엄마의 집. 하지만 마사오는 이미 새로운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의 처참한 실망을 목격한 기쿠지로는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되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남은 여정을 마사오의 생애 가장 특별한 여름방학 추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영화는 이 서툰 어른의 이름이 바로 ‘기쿠지로’였음을 담담하게 밝히며, 두 사람의 짧지만 강렬했던 여름을 마무리했습니다.

    잘된 것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소나티네>, <하나비> 등에서 보여줬던 폭력의 미학과 극단적인 허무주의를 잠시 내려놓고, 그 자리에 서툰 온기와 유머를 채워 넣었습니다. 감독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냈고, 이는 이야기의 슬픈 정서와 맞물려 독특한 페이소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이 영화의 정체성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특히 메인 테마곡 ‘Summer’는 영상과 완벽하게 결합하여 일본 여름의 풍경과 그 속을 거니는 두 인물의 감정을 관객의 마음에 아로새겼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실의에 빠진 마사오를 위로하기 위해 뚱보 바이커 아저씨와 방랑 시인이 기상천외한 놀이를 벌이던 대목이었습니다. 어설프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 몸짓들 속에서, 어른들이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위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감독 자신이 연기한 기쿠지로라는 캐릭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초반의 무책임한 모습에서 점차 마사오의 상처에 공감하고 그를 지키려는 보호자로 변모하는 과정은, 기타노 다케시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아역 배우 세키구치 유스케의 꾸밈없는 표정 연기 또한 영화의 진정성을 더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아쉬운 것

    영화는 로드 무비 형식을 따르다 보니, 중심 서사보다는 여러 에피소드의 나열로 느껴지는 구간이 존재했습니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마사오의 엄마를 찾는다는 핵심 목표가 잠시 희미해지고, 두 사람이 겪는 자잘한 소동들이 다소 산만하게 펼쳐져 이야기의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졌습니다.

    또한 기쿠지로라는 캐릭터의 행동은 현대적 관점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도박을 하거나, 무전취식을 하고, 타인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그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장치였지만, 동시에 철없는 행동을 미화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의 변화가 감동적이긴 하나,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지점이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기타노 다케시 (Beat Takeshi) — 기쿠지로 (책임감 없고 철없는 전직 야쿠자. 마사오와 함께하며 점차 변화하는 인물)
    • 세키구치 유스케 (Yusuke Sekiguchi) — 마사오 (여름방학, 엄마를 찾아 나선 아홉 살 소년)
    • 기시모토 가요코 (Kayoko Kishimoto) — 기쿠지로의 아내 (마사오의 여행을 처음 제안하고 돕는 인물)
    • 그레이트 기다유 (Great Gidayu) — 뚱보 아저씨 (여행 중 만난 마음씨 좋은 바이커)
    • 이마무라 네즈미 (Nezumi Imamura) — 방랑 시인 (마사오와 기쿠지로를 도와주는 친절한 여행객)

    감독

    • 기타노 다케시 (Takeshi Kitano) — 하나비, 소나티네 등 폭력 미학과 정적인 연출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거장. 이 작품에서는 특유의 무표정한 유머와 따뜻한 감성을 결합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분
    •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위로가 필요한 분
    •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폭력 미학 너머의 따뜻한 감성을 만나고 싶은 분
    •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특별한 로드 무비를 찾으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6 / 10 — 여름의 끝에서 만난, 세상 가장 서투르고 따뜻했던 위로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