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한때 하늘을 지배했던 전설적인 파일럿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은 여전히 대령 계급에 머무르며 테스트 파일럿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극초음속 비행기 ‘다크스타’로 마하 10의 벽을 돌파하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고, 그 대가로 자신이 졸업했던 해군 최정예 조종사 훈련학교 ‘탑건’의 교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의 화려했지만 위태로웠던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는 순간이었습니다.
매버릭에게 주어진 임무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적국의 견고한 방어망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는 작전에 투입될 12명의 최정예 조종사를 3주 안에 훈련시켜야 했습니다. 문제는 훈련생 중에 과거 비행 사고로 잃은 동료 ‘구스’의 아들,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마일스 텔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루스터는 아버지의 죽음이 매버릭 때문이라 여기며 깊은 원망을 품고 있었고, 매버릭 역시 그를 향한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렸습니다.
냉철한 사령관 “사이클론”(존 햄)의 불신과 자신감 넘치는 훈련생 “행맨”(글렌 파월)을 비롯한 팀원들의 반목 속에서 매버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훈련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는 책상 위 이론이 아닌, 실제 기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비행으로 조종사들에게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책임,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부채감이 뒤섞인 채, 마침내 작전의 날은 다가왔고 매버릭과 그의 팀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지막 비행에 나서야만 했습니다.
잘된 것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단연코 항공 액션 시퀀스에 있었습니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톰 크루즈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F/A-18 전투기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장착해 배우들이 직접 탑승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관객은 조종석에 함께 앉아있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급선회 시 배우들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는 모습부터 협곡을 스치듯 날아가는 기체의 속도감, 엔진의 굉음과 파일럿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인 사운드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체험’의 영역으로 관객을 이끌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36년 만의 속편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과거 답습’을 영리하게 피해 가면서도, 전편의 유산을 존중하는 방식 또한 훌륭했습니다.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울려 퍼지는 오프닝부터 해변의 미식축구 장면, 매버릭의 상징인 항공 점퍼와 오토바이까지,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매버릭을 과거의 영웅이 아닌, 시대의 변화와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내며 서사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시청 내내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은 단연 매버릭이 직접 불가능한 모의 비행을 성공시키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뛰어난 조종 실력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과거와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한 남자의 처절한 증명이자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쉬운 것
항공 액션의 비범함에 비해 서사는 다소 평이하고 예측 가능했습니다. ‘무모한 영웅이 불가능한 임무를 맡아 갈등을 겪고 결국 성공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공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적국은 국적도, 이념도 불분명한 ‘가상의 적’으로 모호하게 처리되어 작전의 정치적, 윤리적 무게감을 덜어냈고, 이로 인해 갈등 구조가 단순화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일부 캐릭터의 활용 역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제니퍼 코넬리가 연기한 페니 벤자민과의 로맨스는 매버릭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장치였지만, 서사의 중심축에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기능적으로 소모된 인상이었습니다. 루스터와 행맨을 제외한 나머지 파일럿들 역시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팀의 일원으로만 묘사된 점은 캐릭터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었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톰 크루즈 (Tom Cruise) — 피트 “매버릭” 미첼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이자 탑건 훈련학교 교관) /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대표되는, 대역 없는 액션을 고집하는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배우.
- 마일스 텔러 (Miles Teller) —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매버릭의 옛 파트너 ‘구스’의 아들) / 영화 위플래쉬에서 광기 어린 연기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 제니퍼 코넬리 (Jennifer Connelly) — 페니 벤자민 (매버릭의 옛 연인이자 항공기지 인근 바의 주인) /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관록의 배우.
- 존 햄 (Jon Hamm) — 보 “사이클론” 심슨 (탑건 훈련학교의 사령관, 해군 중장) / 드라마 매드맨 시리즈의 ‘돈 드레이퍼’ 역으로 유명합니다.
- 글렌 파월 (Glen Powell) — 제이크 “행맨” 세러신 (자신감 넘치는 엘리트 조종사) / 히든 피겨스, 셋 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온 배우.
감독
- 조셉 코신스키 — 트론: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 등을 연출했습니다.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장비를 활용한 사실적인 액션 연출과 뛰어난 영상미로 호평받는 감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짜릿한 항공 액션과 아날로그적 쾌감을 만끽하고 싶으신 분
- 전편 ‘탑건’의 향수와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으신 분
- 복잡한 서사보다 압도적인 시청각적 체험을 선호하시는 분
- 배우 톰 크루즈의 열정과 집념이 담긴 블록버스터를 기다려오신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7 / 10 — 서사의 빈틈을 채우고도 남는, 체험으로서의 영화가 도달한 경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