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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Review

미나리 | 낯선 땅에 뿌리내린 가족, 그 질긴 생명력에 대하여

출시일 2021년 3월 3일 (대한민국 극장 개봉)
플랫폼 쿠팡플레이
장르 드라마
감독 정이삭
회차 / 러닝타임 115분
제작 A24, 플랜 B 엔터테인먼트

미나리

미나리
© 쿠팡플레이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는 한인 이민자 가족이 있었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가장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일궈 성공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가족을 이끌어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칸소의 시골 마을로 향했다. 바퀴 달린 트레일러 하우스가 전부인 낯선 땅에서,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남편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불안감과 어린 남매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부부가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지자, 한국에서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윤여정)가 건너왔다. 하지만 손주 데이비드(앨런 김)가 기대했던 ‘할머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쿠키를 구워주는 대신 화투를 가르치고, 상냥한 이야기 대신 거친 말을 툭툭 내뱉는 순자는 데이비드에게 그저 이상하고 낯선 존재였다. 그렇게 가족은 삐걱거리면서도 서로에게 적응해 나갔다.

제이콥의 농장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물이 마르고 작물은 자라지 않았으며, 경제적 압박은 부부의 갈등을 극단으로 몰고 갔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의 순간, 가족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또 한 번의 시련을 맞았다. 그 와중에도 순자가 한국에서 가져와 개울가에 심어둔 미나리만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무성하게 자라나, 이들에게 조용한 희망의 증거가 되어주었다.

잘된 것

‘미나리’는 이민 1세대의 고된 정착기라는 특수한 배경을 다루면서도, 국적과 시대를 초월하는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정이삭 감독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극적인 사건의 연속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를 묵묵히 따라갔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과장된 신파 없이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고, 관객은 스크린 속 가족의 기쁨과 슬픔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였습니다. 특히 순자 역의 윤여정은 전형성을 완전히 파괴한 할머니 캐릭터를 통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냈습니다.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민자 부부의 고뇌를 실감 나게 표현했고, 아역 앨런 김의 천진난만한 연기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의 순간에 오히려 가족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장면 하나가 작품 전체를 기억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아쉬운 것

영화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톤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서사의 극적인 굴곡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해소되는 과정이 명확하게 그려지기보다는, 삶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결말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명쾌한 해답 대신, 앞으로도 계속될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지만, 명확한 마무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스티븐 연 (Steven Yeun) — 제이콥 이 (가족의 성공을 위해 아칸소에 자신만의 농장을 일구려는 가장) / 워킹 데드, 버닝
  • 한예리 (Han Ye-ri) — 모니카 이 (낯선 환경과 남편의 도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아내) / 최악의 하루, 청춘시대
  • 윤여정 (Youn Yuh-jung) — 순자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 앨런 김 (Alan Kim) — 데이비드 이 (심장병이 있지만 호기심 많고 장난기 넘치는 막내아들)
  • 노엘 케이트 조 (Noel Kate Cho) — 앤 이 (묵묵히 부모님과 동생을 챙기는 의젓한 딸)

감독

  • 정이삭 (Lee Isaac Chung) —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감독. 전작으로 문유랑가보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여운을 주는 영화를 찾으시는 분
  •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드라마를 원하시는 분
  • A24 스튜디오의 작품 세계를 좋아하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8.8 / 10 — 질긴 생명력으로 낯선 땅에 뿌리내린, 우리 모두의 가족 서사.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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