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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Review

모노노케 히메 | 자연과 인간, 그 잔혹하고 아름다운 서사시의 정점

출시일
1997년 7월 12일
플랫폼
넷플릭스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액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회차 / 러닝타임
134분

모노노케 히메

모노노케 히메
© 넷플릭스

리뷰

어떤 이야기인가

이야기는 고대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문명이 자연의 영역을 잠식하던 혼돈의 시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동쪽 변방에 사는 에미시 부족의 왕자 아시타카는 분노와 증오로 재앙신(타타리가미)이 되어버린 멧돼지 신의 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오른팔에는 죽음의 저주가 새겨졌습니다. 부족의 무녀는 그에게 서쪽으로 가 저주의 근원을 찾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고, 아시타카는 정든 고향을 등지고 머나먼 여정을 떠났습니다.

서쪽으로 향하던 아시타카는 ‘타타라바’라는 철을 생산하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강인하고 현실적인 지도자 에보시가 이끄는 이곳은, 자연을 정복하고 철을 만들어 부를 축적하는 인간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에보시는 숲을 베어내고 산을 깎아 철을 생산하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신념과 논리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숲의 신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서막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갈등의 한복판에서 아시타카는 운명적인 존재와 마주쳤습니다. 바로 들개 신 모로에게 길러져 인간을 증오하고 숲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소녀, ‘산’이었습니다. 인간이면서도 숲의 일부가 된 그녀는 ‘모노노케 히메(원령 공주)’라 불리며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아시타카는 자연을 파괴하려는 인간과 숲을 지키려는 신들,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증오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만 했습니다. 그의 여정은 생명의 신 ‘시시가미’의 목을 노리는 또 다른 세력까지 얽히면서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잘된 것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묵직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걸작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자연과 문명, 인간과 신의 대립을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숲을 파괴하는 에보시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버림받은 여인들과 나병 환자들을 거두어 공동체를 이끄는 현실적인 지도자였고, 그녀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습니다. 반대로 숲을 지키는 신들 역시 맹목적인 분노와 파괴적인 본능을 드러내며 성역의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생존 논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엄청난 깊이를 부여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연출력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신들이 질주하는 숲의 역동성, 재앙신의 저주가 퍼져나가는 그로테스크한 묘사, 그리고 광활한 자연의 풍광은 2D 애니메이션이 도달할 수 있는 미학적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히사이시 조의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더해져 관객의 감정을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특히 시시가미가 밤의 모습인 ‘데이다라봇치’로 변하는 장면의 신비로움과 장엄함은 스크린을 넘어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모든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아쉬운 것

물론 이 영화가 모두에게 완벽한 작품은 아닐 수 있습니다. 13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인물, 그리고 복잡한 철학적 질문들을 쏟아냈기에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증오에 사로잡히지 말고 살아남으라”는 화두를 던지며 마무리되는데, 이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결말로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이 영화가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에 비해 그 과정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비관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아시타카가 산과 에보시의 싸움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저주받은 팔의 힘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증오를 멈추기 위해 더 큰 파괴를 감수해야 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무력감을 안겼습니다.


출연진 및 감독

출연진

  • 마츠다 요지 (Yoji Matsuda) — 아시타카 (재앙신의 저주를 받고 서쪽으로 향하는 에미시 부족의 왕자)
  • 이시다 유리코 (Yuriko Ishida) — 산 (들개 신에게 길러져 숲을 지키는 인간 소녀)
  • 타나카 유코 (Yuko Tanaka) — 에보시 (철을 생산하는 마을 ‘타타라바’를 이끄는 현실적이고 강인한 지도자)
  • 코바야시 카오루 (Kaoru Kobayashi) — 짓코보 (시시가미의 목을 노리는 의뭉스러운 승려 집단 소속 인물)
  • 미와 아키히로 (Akihiro Miwa) — 모로 (산을 기른 거대한 들개 신이자 숲의 신)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연출한 감독. 자연과 인간의 관계, 반전(反戰) 등 깊이 있는 주제를 환상적인 작화와 서사로 풀어내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선 입체적인 서사를 즐기시는 분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과 철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으신 분
  • 압도적인 작화와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대서사시를 찾으시는 분

한 줄 결론

리뷰 점수 9.1 / 10 —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가장 장엄하고도 비극적인 통찰.

작성자: 실라스 (SI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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